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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달콤한 유혹에 ‘치명 독 내포’

중소제조업체, ‘대규모 판로 보장’ 믿고 덥석 물었다간 자체 브랜드 ‘독’ 될수도

대형할인마트의 PB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PB상품의 대대적 확대로 PB전쟁의 불을 당긴 이마트는 올해에도 의류와 잡화 등 PB상품의 품목을 확대하며 선공했다.

이마트의 선공에 홈플러스는 ‘물가잡기 PB상품 가격 50% 인하’라는 대대적인 PB마케팅의 첫번째 시리즈를 공개, 맹공세를 펼쳤다.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는 농산물 생산자 단체와 중소제조업체와의 MOU체결로 PB상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3개의 거대 공룡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자기브랜드상품을 개발하는데에는 ‘마진’이 가장 큰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인에 할인을 더한 초할인 행사와 1+1의 덤 행사 등 더이상 깎을래야 깎을 수 없는 가격에 대형할인마트는 PB상품을 개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PB상품의 가격이 저렴하긴 해도 PB상품의 마진이 다른 상품의 마진들보나 나은 편”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 PB상품 확대, 중소제조업 기회인 동시에 함정=이러한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 확대는 중소제조업체에게 기회인 동시에 함정으로 작용한다.

품질에 비해 네임밸류가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유통업체 PB상품으로의 납품이 새로운 판로 개척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형할인마트의 PB상품으로 커피와 차 등을 납품하고 있는 A업체(안산시 소재)의 경우 PB상품으로의 납품이 회사 매출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회사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A업체 대표는 “네임밸류가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PB상품으로의 납품이 대규모 판로를 보장받을 수 있는만큼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할인마트에 PB상품과 자체브랜드상품을 모두 납품하고 있다”며 “자체브랜드상품을 납품할 경우 할인마트에 ‘물류비 장려비’ 명목으로 일정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PB상품을 납품할 경우 이 수수료가 적어 오히려 PB상품으로 납품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PB상품의 모든 납품제조업체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할인마트의 저렴한 상품가격에 맞추기 위해 기업의 자체 브랜드보다 저렴하게 납품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형할인마트에 PB상품을 납품하고 있는 B업체의 경우 자체 브랜드보다 PB상품으로 납품할 경우 마진 차이가 20~30%가량 난다고 밝혔다.

이 업체 대표는 “대형할인마트의 PB상품 납품의 경우 대량납품이라는 장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납품 단가를 줄여야 하는 단점도 존재한다”며 “현재는 대량판매로 인해 어느정도 마진을 맞출 수 있지만 유통업체 간 가격출혈경쟁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가 중소제조업체에게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밝혔다.

PB상품을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에게는 단가하락 뿐 아니라 자기브랜드 가치하락이라는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체의 유통업체 브랜드 대응전략’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체들은 인지도 있는 중견기업과의 공급계약, 자체 품질 관리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PB상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점포내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 부분 감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할인마트에 PB상품을 납품하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기존의 자사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잉여 생산 시설을 활용해 할인마트 PB상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할인마트의 경우 자신의 PB상품을 제조업체 브랜드와 나란히 전시하면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골드존(제품 소비층에 맞는 눈높이 판매대 공간)을 자체 PB상품 위주로 구성하는 등 소비자들을 발빠르게 공략하고 있는만큼 유통업체 PB상품이 제조업체 브랜드보다 더 선호되는 자기잠식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PB상품 납품업체 관계자는 “PB상품으로 납품할 경우 자기 회사의 이름이 아닌 유통업체의 이름으로 제품이 나가는 만큼 자기 회사를 알리는 기회 자체가 차단되는 것”이라며 “이러다가 결국 회사의 브랜드 자체를 뺏기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中企, 자체 유통망으로 브랜드 강화=대형마트들이 PB상품 전략이 중소제조업체의 자기 브랜드 잠식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소제조업체들은 아예 대형할인마트가 아닌 자체 유통망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해 나가고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이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과 서울 강남구에 직영점 1, 2호점을 잇따라 개설했다.

직영점은 브랜드숍 형태로 꾸며져 락앤락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주부 커뮤니티인 락앤락 서포터스 회원들이 모임 및 교육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락앤락은 직영점을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편안하게 들렀다 갈 수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락앤락 제품과 브랜드 홍보를 위한 입소문 마케팅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도자기 계열의 주방용품 브랜드인 리빙한국도 지난해 말 마포구에 전용매장을 열었다.

리빙한국은 주방용품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고객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서 향후 주요 도시에 전용 매장을 추가로 개설해 혼수 및 선물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국민볼펜’인 모나미 볼펜으로 친숙한 사무용품 회사인 모나미는 아예 유통서비스업에 뛰어든 케이스다.

모나미는 디지털 사무편의점인 ‘모나미 스테이션’을 지난해 말 대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곳에 열었다.

모나미 스테이션은 문구류와 같은 전통적인 사무용품 뿐만 아니라 PC, 프린터, PDA 등 디지털 제품과 식음료, 가구 등 사무실에서 필요한 모든 용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중소제조업체들이 자체 유통망을 만들거나 유통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를 통해 제품 판매는 물론 소비자와의 접점으로 활용해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락앤락 관계자는 “앞으로는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경쟁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직영점을 통한 브랜드 강화 전략은 시장 정체와 경쟁력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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