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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유비 손학규와 제갈량 박재승

민주 거침없는 공천혁명 비리인사 전원배제 선언
원칙고수로 지지율 상승 총선 ‘孫·朴 효과’ 기대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남안의 적벽에서 벌어진 적벽대전은 위 조조의 야심을 꺾고 중국을 3분한 역사적 사건이다. 서기 208년, 촉의 유비와 오의 손권은 연합해서 조조와 맞서고 있었다. 이 때 유비는 은둔거사 제갈량을 찾아가 도와줄 것을 청했다. 제갈량은 불응했다. 난세에 나서기가 싫었다. 유비는 이후 두 차례나 더 그의 초옥을 찾아가 마침내 군사로 모셨다. 역사는 유비의 인재영입 노력을 삼고초려(三顧草廬)라 부른다. 유비는 조조 군사를 적벽으로 유인, 제갈량의 동남풍과 주유의 화공전법을 써서 대승을 거두었다. 지금 통합민주당에서 이와 유사한 책략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는 ‘독배를 마시는 각오’로 야당 대표직을 맡았다. 17대 대선 결과는 개혁진보 진영의 참패였다. 18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은 괴멸 직전이었다. 누구도 감히 총선 총대를 메지 않는 상황에서 손학규가 나선 것이다. 그는 먼저 민주당과의 통합을 이루어냈다. 다음 문제는 총선거 후보자 공천이었다. 공천책임자를 추천받아 전 대한변협 회장 박재승 변호사를 접촉했지만 박 변호사는 사양했다. 정치문외한이라는 이유다. 손 대표는 삼고초려 끝에 수락을 받았고, 당은 공천 혁명의 깃발을 올렸다. 지지율이 20%가까이 올라가고 있다. 국민이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박 변호사가 고민한 것은 공천기준이었다. 그는 민심을 잘 알고 있다. 민심은 정치판을 바꾸라는 것이다. 낡은 정치판에 새바람을 넣자면 공천 후보자가 흠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비리인사 전원배제’이다.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환풍호우(喚風呼雨)했다는 것은 소설적 표현이고, 사실은 기상변화를 이미 파악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박 변호사의 공천기준도 민심파악을 따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이다.

박재승은 정치판에는 한 번도 발을 넣은 적은 없는 순수 재야법조인이다. 그는 1939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법과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 생활을 하던 중 유신정권 시기, 중앙정보부의 민원청탁을 거절했다가 제주지법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유신정권이 망한 다음 수원지법으로 옮겼지만 법관 생활은 8년뿐이었다. 그는 한때 한겨레신문사 감사를 역임했고, 다시 민변의 추천에 의해 대한변협 회장을 맡기도 했다. 마침 삼성비자금 사건을 다룰 특검이 발족할 무렵, 그는 특검 후보 1순위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현 변협은 그와는 아주 다른 정치 성향의 인맥이 장악하고 있어서 그는 추천 대상에서 빠졌다.

박재승의 등장에 가장 놀란 사람들은 당내의 실세들이었다. 그들은 박 위원장과는 뒷거래가 통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때부터 당 실세들은 그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원칙을 말했을 뿐, 타협을 거부했다. 손학규와 박상천 두 공동대표는 그에게 공천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박재승 공심위는 공천배제 원칙을 적용, 후보신청자 가운데 11명을 탈락시켰다. 그 가운데는 자신의 고교 후배인 신계륜 당 사무총장도 있다. 그는 ‘억울한 사람이 한 사람’ 있다는 말로 읍참마속의 심정을 드러냈다.

탈락한 사람들 대부분은 김대중 또는 노무현시대의 유공자들이다. 박지원은 현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김홍업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안희정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참모 그리고 김민석은 당 최고위원이다. 박재승의 공천혁명 선언이 없었다면 그들은 측근 한 두 사람 살리려고 공심위원들을 압박하고도 남을 실세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일거에 무너졌다. 당내 일부 추종자들은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인데 내칠 수만은 없으니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를 통해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불법인줄 알면서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사면이 능사가 아니다. 정당이 마피아 조직인가? 참으로 한심한 주장이다.

독일어에 샤덴프로이더(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다. 손해와 기쁨이란 뜻의 합성어이다. 즉 남의 불행을 속으로 기뻐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선거는 합법적 경쟁이다. 적군의 잘못은 아군에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민주당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공천 불만 칩거’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지도부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4월의 적벽대전에 나서야 한다. 손학규가 유비가 되고 박재승이 제갈량이 되어 4월의 총선대전에 나선다면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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