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제단’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의 준말이다. 즉 천주교 사제들의 모임을 말한다. 한국 사제단이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이후, 로마 교황청에서는 ‘세계화 시대의 신((新) 7대 죄악’을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는 ‘소수의 과도한 부의 축적으로 인한 사회적 불공정’문제도 들어 있다. 사제단의 지향점과 교황청의 지향점이 같은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사제단이 바라는 것은 경제민주화일 것이다.
사제단의 결성 동기에 대해 사제단 홈페이지(www.sajedan.org)의 설명은 이렇다. “1974년 원주 교구장 지학순 주교 구속을 계기로 태동, 1974년 9월 26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순교자 찬미 기도회’에서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로 시작하는 제1시국선언문의 발표와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쓰여 있다.
1974년은 단군의 개국 이래 한반도에서 가장 엄혹한 시절이었다. 5천년 동안 한반도를 지배했던 왕조들이 어김없이 모두 칼 잘 쓰고, 활 잘 쏘는 무인에 의해 창업되었지만 무인 박정희 시대는 좀 특이했다. 그는 약간의 인명 살상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정권을 장악했는데도 잔인무도한 통치방식을 써서 18년간 역대 왕보다 더 무서운 권력을 행사했다.
당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 정정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박정희는 왕과 같다.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될 길은 세 가지 뿐이다. 박정희가 스스로 사임하는 길, 그가 병사하는 길 그리고 남은 길은 그가 암살당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한 손에 빵을, 다른 손에 칼을 쥔 독재자였다.
대다수의 국민은 순한 양처럼 따랐지만 용기와 양심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할 수 없었다. 지학순(1921년~1993년)주교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원주 MBC경영권 문제로 불쾌감을 가졌던 박정희는 마침내 지 주교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사제단의 지도자 함세웅 신부는 최근 ‘2008 기쁨과 희망 준비호’에서 사제단 결성 당시를 회고하며 “사제단의 체험은 참으로 귀중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의 정신에 따라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 한 삶이 바로 교회 공동체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자의 한결같은 기도와 성스러운 자세, 열정적인 신자들의 도움과 격려 등에 힘입어 사제단은 시대적 소명을 되새기며 예언자적 임무에 충실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 사제단이 다시 경제 권력 삼성왕국과 맞서고 있다. 경제민주화 구현을 위해서다.
위의 같은 책 ‘기쁨과 희망’에서 최종수 신부(전주교구 팔복본당)는 김용철 변호사와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작년 10월 18일,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왔다. 신변의 위협에 시달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는 성장과정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검사로서 그리고 삼성그룹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중략) 그의 진술이 하도 엄청난 이야기라서 이 사람의 말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사제단을 찾기 전에 유력 방송과 언론들, 학계 시민단체도 만났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최 신부는 “이 점이 사제단을 움직였고, 20년 전 독재 권력에 맞서 박종철 군 죽음의 진실을 폭로했던 그 심정으로 돌아가 진실의 입이 되기로 결단하게 되었다” 술회했다.
한편, 로마 교황청 지안프랑코 지로티 주교는 지난 10일, 일주일간의 사순절 세미나를 마친 뒤 “사제들은 멈출 수 없는 세계화의 과정에 따라 수반되는 새로운 죄악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 7대 죄악’을 열거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해성사를 하지 않은 가톨릭 신자가 늘고 있다”고 통탄한 데 이어 나온 이 ‘신 7대 죄악’은 6세기 그레고리 교황의 7대 죄악을 1500년 만에 현대어로 제시한 것이다.
이들은 ‘과도한 부의 축적’ 문제 외에 △환경 파괴 △윤리적 논란이 따를 과학 실험 △유전자 조작 실험과 배아줄기세포 연구 △마약 거래 △낙태 △소아 성애(性愛)이다.
사제단 활동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눈에 띤다. 사제단 홈페이지에도 그런 주장이 올라온다. 김 변호사 말로는 삼성에는 1백 명 이상의 누리꾼이 고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죠르나멘또(신앙의 일상화. Aggiornamento)’를 실천하는 사제단의 충심은 곧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
사제단의 화살이 ‘기업체 삼성’이 아니라 ‘부당한 세습 경영’과 정부 위에 군림하는 ‘삼성의 부자(父子)’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