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기수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죠. 여자라고 얕보는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거예요”
기수후보생 유미나(25)씨는 왜소하다 못해 가냘 퍼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말하는 폼세와 대형기수가 되기 위한 노력이 여간 야무지지 않다.
2005년 5월 KRA 경마교육원 기수후보생 25기로 입학, 기초체력을 다지면서 몸무게 49㎏으로 맞추기 위해 무작정 굶는 강행군도 마다 않았다.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몸은 약해졌고 결국 그녀는 쓰러져 입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교관이었던 손영표씨는 “병원에서 어떻게 몸이 이지경인데도 말을 탔느냐고 할 정도니 정신력이 참으로 대단한 친구”라고 회상했다.
그녀가 기수에 도전할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 2005년 아버지와 함께 서울경마공원을 찾았을 때였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가슴을 때렸고 결승선을 통과한 기수의 세러모니가 심장에 꽂힐 만큼 강한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내가 가야할 길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만남을 대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유양은 그길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후 경마기수에 도전했다. ‘스쿠터’로 전국일주를 꿈꿀 정도로 스피드 광이었던 점도 경마입문의 한 계기였다.
부모님의 반대가 걱정되긴 했지만 확신에 찬 딸의 모습을 보고는 흔쾌히 승낙했다. 뼈를 깎는 듯한 고된 훈련도 잘 견디는 그녀지만 가끔씩 밀려오는 외로움은 참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같은 2년차 총 9명의 교육생 중 여성은 자신 혼자란 사실이 그가 갖는 고독감을 짐작케 한다. 1학년 후보생 중 두 명의 여성 후배가 있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기수의 매력은 덩치 큰 경주마를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유씨의 모습에선 내가 언제 그런 얘기를 했느냐는 듯 금세 얼굴이 밝아진다.
“아버지가 모의경주 후 빠짐없이 경마공원으로 찾아와 격려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그는 여자라는 핸디캡을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대목에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예쁘장한 외모에 500㎏을 넘나드는 경주마의 등에 타 말몰이를 하는 모습이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유미나 후보생을 경마팬은 오는 6월이면 서울경마공원 경주로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