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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 벅적’ 서울 구경, 서울이 보이냐

아스라이 사라질듯 먼 점 하나 다가서니 너른 광야처럼 나를 품에 안는다.

전라남도 조그만 섬 하나, 바로 신도다.

전라남도 목포시 북교동 178-1 하의면이 이 섬의 다른 이름이다.

순박한 그네들의 얘기며 우리들 과거의 담백함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흠뻑 적셔주는 영화 ‘서울이 보이냐’(2006)가 지난 8일 개봉했다.

국민 동생으로 불릴 정도로, 왠만한 스타 부럽지 않을 유승호의 2년 전 모습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옆집 할머니의 칠순 잔치가 동네의 가장 큰 행사로 꼽힐 만큼 조용한 섬.

과자 공장에 갈 수 있다는 수학여행 티켓이 도착한다.

그들이 가려고 하는 곳은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간다는 곳이다. 그리고 과자공장이 기다린다.

도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 어린이의 눈으로 그곳을 해부해낸다.

마파도에서는 도시의 형사와 양아치 건달이 할머니들과 아귀다툼을 벌이며 정을 쌓았다.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 ‘서울이 보이냐’는 삭막한 도시, 굉음이 넘치는 1976년도 서울의 삶이 지금과 같이 매캐한 스모그가 그곳을 채우고 있다.

신기한 텔레비전도, 선풍기도 동심에는 마냥 신기하지만 어두침침한 뒷골목은 신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시인 이상은 1930년대 일본 동경에서 매케한 석탄 냄새에 조선 경성을 소박한 도시로 그리기도 했다. 인지상정인지….

그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낸 40대들은 서울로 수학여행을 한번 가고자 하는 소년, 소녀들의 감성에 동감을 표시할 것이다.

신도 분교 전교생 12명의 소란스런 첫 수학 여행기.

하지만 여비가 문제였다.

아이스케키, 바지락을 팔아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어른들의 마음을 열어제쳐 준다.

선생 김봉두에서 차승원이 그리도 보내고자 했던 서울이 이곳 신도에서는 딴 세상이다.

제주도의 풍광만큼 마음을 사로잡는 신도에서 서울로 향해 이일 저일 겪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처리한 영상이 눈에 띈다.

이 영화에서 유승호는 집 나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서울 곳곳을 헤맨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소박하고 훈훈한 영화다.

서울이 보이냐는 영화 제작사 라인픽처스와 한일 장신대학교, 전라남도가 손을 맞잡고 만든 작품이다.

자갈밭, 석양이 질무렵 머리에 올린 바지락 자루를 들고 서서히 다가서는 어머니의 그림자.

그 그림자가 나에게로 다가설 때 가슴을 적시는 눈물이 배어난다.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살리기 위해 촬영용 초가집을 새로짓고 배우들은 온통 시커멓게 타버렸다.

남도의 태양빛은 그리도 따사로웠건만 세찬 자외선은 비켜가질 못했다.

이처럼 태양이 우리를 비추듯이 시선만큼은 또렷이 자애로움을 담아낸다.

주인공 유승호는 중학교 3학년이 됐다.

영화를 촬영할 쯤에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역력했지만 벌써 훌쩍 커버렸다.

우리의 세월처럼.

통통배를 타고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메가폰을 잡은 송동윤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관객들이 한번만이라도 순수로 돌아간다면 행복할 것이다”며 “아이의 모습이 선생님의 모습이고 선생님의 모습이 순수의 모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

이 영화도 물론 탄탄대로를 건널 것 같지는 않다.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는 동심에, 어른들의 가슴에 봄날 햇살같은 87분을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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