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기원은 학설에 따라 다르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어두운 방의 벽이나 지붕, 문 등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반대쪽 벽에 외부의 풍경을 투사시키거나 일식을 조사하는데 이용한 카메라 옵스큐라(라틴어로 어두운 방)가 시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보다 훨씬 전엔 아리스토텔레스의 강의노트에 이 같은 원리가 적혀있다고도 했다.
과천에 소재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이 그 원리를 이용, 종이로 만든 바늘구멍(Pinhole)카메라로 지난 4월 5일부터 8월말까지 매주 토, 일요일 과거로의 체험학습을 실시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박물관은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참여자들 모두는 조리개와 셔터, 렌즈도 없는 핀홀 카메라가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란 의문으로 호기심어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학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온갖 진기한 카메라 관람을 마친 학생들은 지하 1층으로 이동, 간단한 원리와 제작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곧 핀홀 만들기에 착수했다.
카메라 관람 시 웅성웅성하던 분위기가 일순 조용해졌다.
재료는 박물관 측이 제공한 한쪽이 검은 색 하드보드지로 조립하는 형식이다.
넓게 펴진 종이를 가로 11㎝ 세로 9㎝ 두께 5㎝ 상자형으로 접어 빛이 전혀 새 들어가지 않게 테이프로 밀봉한다.
간단한 작업 같지만 어린이들에겐 벅찬 듯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내부에 즉석사진 필름을 끼워놓고 카메라 앞면에 렌즈역할을 하는 0.7㎜의 구멍을 뚫는 것으로 제작은 일단 끝난다.
박물관 관계자는 구멍이 적고 정원에 가까울수록 선명한 사진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직접 사진 찍기 연습. 자신이나 같이 간 친구, 부모를 찍어대느라 실내공간이 출렁인다.
셔터래야 막대 같은 종이를 올렸다 내리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순간동작이 필요해 사진을 찍는 순간 긴장한다. 현상실에서 인화돼 나온 사진을 보곤 감탄사를 연발한다.
“야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지 정말 신기하다”
“이거 내가 찍은 사진 맞아. 참 잘 찍었지”
디지털 카메라보다 선명하진 않지만 수채화를 보듯 부드럽고 표정하나 하나까지 잡아내는 핀홀카메라 매력에 쏙 빠져든다.
학생들은 옵스큐라 카메라를 통해 말로만 듣던 상이 거꾸로 맺히는 것도 체험했다.
엄마와 동생과 같이 온 서울 지운초등학교 하도우(8)군은 “의외로 가족사진이 멋지게 잘 나왔다”며 “체험이 재미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규원(반송중학교)군은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나 직접 실습을 해보니 이해가 잘되는 것 같았다”며 “보람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박물관 김종세 관장은 “카메라 원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체험학습을 마련했다”며 “참여자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