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로 말 잔등에 오르는 유승완(23) 기수는 한없이 여려 보였다.
서울경마공원 예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면 수줍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는 영판 새 색시다.
“이런 친구가 어떻게 500kg 넘는 거구의 경주마를 다룰 수 있을까”란 의구심마저 든다.
실제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깍듯이 인사는 잘해도 말은 잘 섞지 않는 조금은 소심한 성격이다.
작년 6월 데뷔한 새내기인 유 기수(25기)는 그러나 경마는 소심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신인답지 않은 기승술로 선배기수 간에 화제를 모을 정도로 기대되는 유망주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처럼 그의 재능은 기수후보생 졸업 시 KRA회장상을 받아 이미 한차례 검증을 거친 바 있다.
그의 1년 간 성적표는 218전 14승으로 전체 기수 62명 중 24위에 랭크돼 있다.
겨우 1년이란 짧은 세월에 쟁쟁한 선배기수들에게 한 치도 뒤지지 않는 입지를 굳힌 것이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승수를 안겨준 말은 ‘샤이닝투’다.
그와 호흡을 맞춘 세 번의 경기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기수로서의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던 말이 네 번째 출전에서 옆 마필과의 마찰로 인한 부상으로 ‘경주부적격’판정을 받아 경주로를 떠난 것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걸려있다. “내가 기승한 경주에서 그 같은 일이 발생해 퇴출당하는 불명예를 안아 개운치 않고 소속 조 조교사한데도 죄송할 따름이지요.”
그는 우승 후에도 스스로 만족해본 적이 별로 없다.
우승 축배보다 말의 기량을 100% 발휘시키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이 같은 자책은 자신의 한 단계 발전을 도모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프리기수가 아니라 기승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경주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수습기수로선 하루 5회 기승기회는 너무 적어요. 적어도 10회는 타야하는데 소속 기수 규정상 어찌할 수는 없지만…”
경쟁대상이자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문세영 기수다.
고교시절 그의 팬 카페에 가입했고 기수후보생 땐 실습나간 마방도 당시 문 기수가 있던 35조로 인연이 깊기만,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승술과 인생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고 있죠. 하지만 언젠가는 꼭 넘어보고 싶은 기수입니다”
서울경마공원 ‘샤이보이’ 유승완의 불타는 승부욕을 보고 있노라면 2002년 월드컵 당시 “아직도 목마르다”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갈망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