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팬들로부터 짱구로 통하는 우창구(45)기수가 오는 7월1일 조교사 개업을 앞두었다. 경마교육원 10기 출신으로 서울경마공원 경주로를 25년 동안 누빈 그로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기수생활 도중 겪은 애환과 에피소드 그리고 조교사 데뷔에 따른 심경 등을 들어보았다.
우 기수는 기수가 천직이라 할 만큼 경주마를 타는 것 자체를 즐겼다.
몸은 솜에 젖은 듯 천근만근 무거울 때도 말을 타면 머리가 아프지 않아 좋다고 말할 정도로 경마에 대한 애착은 깊었다.
기수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냐고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뚝섬 경마장 시절 기수를 그만둘 뻔 한 사건을 털어놓았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갈대’라는 마필을 타고 경주 도중 그 말이 무릎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으나 그날따라 부모님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입원 병실에서 기수를 그만 두라고 강권했지요”
기수를 계속하다간 자칫 대형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로 적극 만류에 나선 부모는 그러나 자식이 고삐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고집엔 두 손을 들어야 했다.
우 기수의 기승횟수는 6840회로 박태종 기수 다음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스스로 관리를 잘했건만 ‘운이 좋은 기수’로 돌렸다.
경마의 특성상 기수들의 부상에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뚝섬 시절 말 머리에 부딪혀 코뼈가 부러진 것 말고는 없었다.”며 특유의 미소를 보였다. 그런 그에게도 기수의 직업병인 ‘허리 디스크’ 로 6개월이나 장기 결장한 때엔 마음고생도 쾌나 했다.
총 768번 우승, 15번 대상경주 우승, 2002년 영예기수 등극 등 기수로서 이룩할 업적은 다 누려 스스로를 ‘럭키보이’라고 부르는 그도 또 다른 세계인 조교사 전업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기수가 운동선수라면 조교사는 비즈니스맨으로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을 잦은 술자리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은퇴시기를 6월 중순으로 보름정도 앞당길 생각을 하고 있다.
말을 잘 안다곤 하나 사양관리는 낯설어 이 기간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벌써부터 나름의 마방 운영 방식도 구상해놓았다.
“현재 있는 5조 식구들 위주로 팀을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마방도 하나의 팀이라고 생각하고 호흡을 중시하는 한편 지나친 자유방임과 간섭은 가급적 자제하고 원칙은 지키되 융통성 있는 운영으로 화목한 마방을 만드는 게 소망입니다” 말에 올라탄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그에게서 일류 조교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