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내 명마 배출 산실 역할을 한 마방 중엔 20조가 있다.
지금까지 이 조가 배출한 마필은 ‘블랙킹’, ‘해암장군’, ‘보헤미안버틀러’, ‘백광’, ‘백파’ 등 이름만 들먹여도 웬만한 경마팬은 알 정도다.
명마배출의 숨은 공로자는 바로 배대선(48)조교사.
95년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대상경주 우승을 14번 일궈낸 명장이다.
그가 만든 작품 중 최고로 꼽히는 ‘백광’, ‘백파’ 남매에 얽힌 복수전은 훗날 길이 회자될 일화로 남았다. ‘백광’(국1군)은 2006년 문화일보배, 동아일보배, 농림부장관배 등 3개 대상경주를 제패, 무적의 실력을 뽐낸 뒤 오랜 휴양 끝에 지난 4월 복귀전을 치렀으나 ‘남촌의 지존’에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뒤 여동생 ‘백파’가 오빠에게 패배를 안긴 ‘남촌의 지존’을 제치고 우승해 깨끗이 앙갚음 했다.
동시에 이 날 승리로 통산 400승을 돌파하는 기쁨도 함께 맛보았다.
“자질을 타고난 경주마가 운 좋게 나한테 왔고 마주들의 신뢰와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죠”
대상경주를 14번 차지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겸손하게 답했다.
하지만 ‘말하고 같이 산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누구보다 마방관리를 열심히 하는 조교사란 정평은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 있다.
그렇다고 관리사를 닦달하는 ‘시어머니형’ 조교사는 아니다.
“관리사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돌보도록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시절을 보내는 배 조교사도 한때는 방황하기도 했다.
75년 기수로 데뷔했으나 체중조절에 어려움을 겪어 3년 만에 중도하차한 후 장사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83년 마필관리사로 다시 경마장으로 돌아왔고, 2년 뒤 조교보로 활동했다.
당시 만난 ‘포경선’은 그에게 행운을 안겨준 희대의 명마였다.
‘포경선’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15연승 대기록과 최초 경주마 은퇴식, 마사박물관 박제 전시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멀리서부터 지축을 울리며 쿵쿵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요. 힘이 엄청나게 좋은 말이었죠”
‘포경선’의 활약은 조교사의 뛰어난 마필관리와 조교능력을 입증하는데 일조했다.
그는 지금 20조 대표 마필 ‘백광’과 ‘백파’에 이어 또 다른 재목 만들기에 들어갔다.
“현재 20조 마방엔 두 마필에 필적할 만한 후보들이 없으나 신마 중 가능성 있는 말을 중심으로 맹훈련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데뷔할 새로운 기대주의 탄생을 지켜봐달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