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53)조교사는 지난 13일 서울경마공원에 열린 10경주를 아직도 가슴깊이 담고 있다.
이날 자신의 마방인 30조에 속한 ‘탑포인트’가 근래 보기 드문 6연승과 개인 통산 600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조교사 대기실에서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던 정 조교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지면서 경주로로 달려 나갔다.
“당연히 기쁘죠. 통산 600승 달성하기란 참으로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고 소감을 밝힌 정 조교사의 입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600승은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54명의 조교사 중 7위에 해당하는 성적. 경마기수 1호로 경마와 인연을 맺은 그는 약 8년간의 기수생활 후 1982년 조교사로 데뷔했다.
주요 기록으로는 코리안오크스(GII), 뚝섬배(GIII) 등 대상경주 6회 우승이다. 경마팬들은 그를 ‘포입마 전문 조교사’라고 지칭한다.
해답은 소속조 마필에 있다. 총 32두 중 ‘굿데이’(15전 11승), ‘탑포인트’(14전 9승), ‘바람사이로’(30전 8승) 등 총 5두가 포입마다. 30조 마방 대표마라 할 수 있는 세마리가 모두 포입마인 셈이다.
“일부러 포입마를 많이 관리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전체 경주마 중 포입마들이 유난히 성적이 좋다보니 그런 말을 듣는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실 포입마를 많이 보유하는 것은 조교사 입장으론 불리하다.
포입마란 출신성분 때문에 국산마 대상경주엔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국산마 대상경주만 출전할 수 없게 제도가 정비되었지만 여전히 국산 대상경주에 출전할 수 없는 점은 큰 핸디캡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모든 조교사가 대상경주에 큰 기대를 하지만 꼭 대상경주가 아니라도 우승만 많이 해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매년 기복 없는 호성적을 기록하는 비결을 묻자 정 조교사는 자신의 기량보다 마방식구에게 공을 돌렸다.
“경주마 상태를 조교사인 나보다도 더욱 민감하게 생각하며 부상당한 말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 감명 받을 때가 가끔 있지요. 경주성적이 잘 나오면 먼저 관리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정 조교사는 600승 달성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운 듯 승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자기일이니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승수를 쌓기 위해 이 일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