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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넘치는 이국적 정취 '인천 차이나타운'

좁은 언덕길 오르면 붉은 간판 음식점 즐비
120년 역사… ‘한국 속 작은 중국’ 형성

인천지역 차이나타운하면 자장면이 생각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발에 윤기 있는 검은 자장을 그득 부어 쓱쓱 면발을 비빌 때면 먹기도 전에 벌써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에 실려 오는 자장면 냄새에 충동적으로 경인선 전철 1호선을 따라 자장면의 본고장, 인천 차이나타운을 향했다.

인천역 광장으로 나가면 건너편으로 중국식 전통 대문인 우람한 패루(牌樓)가 한눈에 들어오고 이곳이 차이나타운 입구다.

4개의 붉은 기둥과 형형색색의 지붕(7개)으로 이뤄진 폭 17m, 높이 11m의 패루 상단에는 ‘중화가(中華街)’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이 패루는 2000년 중국 웨이하이시가 기증한 제1패루를 시작으로 제2패루, 석재패루인 제3패루 선린문이 차이나타운 곳곳에 세워졌다.

패루를 지나 자유공원쪽으로 좁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중국식 전통집들이 나타나면서 붉은색 간판이 현란한 중국 음식점들이 줄지어 모습을 보인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와 다양한 물품을 파는 상점, 속이 텅 빈 공갈빵을 굽고 있는 노점상, 우리말과 중국어를 섞어 말하는 화교인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는 그야말로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 일컬어질 만큼 중국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정희의 소설 ‘중국인 거리’는 이곳을 무대로 하고 있다. ‘해안촌 혹은 중국인 거리라고도 불린’ 동네는 ‘이른 새벽 부두로 해물을 받으러 가는 장사꾼들의 자전거 페달소리와 항만의 끝에 있는 제분공장 노무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열강제국들이 몰려들었던 인천은 서구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관문이었다. 개항기 외국인의 집단거주지였다.

이곳은 일본을 시작으로 1884년 청의 치외법권지역으로 지정돼 중국인들이 거주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형성하게 됐다.

북성동, 선린동 일대 5천평에 청국의 영사와 학교가 설치되고, 중국의 산동반도와 정기적으로 배가 운항되면서 중국인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이들은 중국에서 가지고 온 식료잡화, 소금, 곡물을 팔고 우리나라의 사금 등을 중국으로 보내 상권을 장악하고 세력을 넓혀 나갔다.

1937년 중일전쟁이 나면서 청관의 상권이 마비되자 화교들은 대만, 미국, 동남아시아로 떠났고, 일부는 요리집과 잡화상들을 운영하거나 일부는 부두 근로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1948년 한국정부가 수립되면서 각종 제도적 제한, 차별대우로 화교사회는 더욱 어렵게 됐고, 더불어 1949년 중국정부가 설립돼 외국이동을 금지하면서 더욱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 내 거주 중국인(화교)들은 초기 정착민들의 2세나 3세들이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물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거의가 중국 음식점이다.

자금성, 중화루, 진흥각 등은 대를 이어 중국의 맛을 이어 가는 음식점들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영업중인 음식점 공화춘이 아닌 차이나타운 외곽에 있는 구 공화춘 건물은 자장면의 역사를 말해주는 곳이다.

개화기 청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싼 값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자장면을 개발해 팔았던 곳으로, 자장면의 발상지인 셈이다. 현재 이곳은 자장면 박물관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삼국지 벽화거리. 인천화교 중산학교 뒷담과 그 맞은 편에 삼국지의 명장면이 해설과 함께 총 160장면의 그림으로 표현된 150m의 대형벽화가 조성됐다.

벽화골목을 따라 차이나타운을 오르면 드라마 ‘피아노’의 촬영지였던 돌계단과 자유공원이 이어지고, 제물포구락부와 근대건축물이 고스란히 보존된 일본골목이 나타나며 과거와 현재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역사의 미로에 한없이 빠져들게 된다.

>>> 원조 중국집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낸 원조 공화춘은 사라졌지만 차이나타운에는 화교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중국 전통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점심 무렵이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음식점은 자금성(032-761-1688). 공화춘의 주방장이었던 부친으로부터 중국요리 비법을 전수받아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일반 자장면과 달리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은 죽순, 표고버섯, 부추, 새우 등 10여 가지 재료에 업소마다 직접 만들어 1년 정도 숙성시킨 춘장을 사용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 찾아가는 요령

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천항)에서 월미도 방향으로 약 15분 거리에 차이나타운이 위치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끝 지점에서 직진해 인하대병원→정석빌딩→우회전→옹진군청→삼익아파트 앞에서 유턴→인천경찰청→차이나타운&자유공원 광장에 이른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국철(1호선) 인천행을 타고 인천역에서 내려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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