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국내 기업들이 교묘하게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수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 근로자인 A(29) 씨는 지난해 2월29일부터 화성시 장안면 공장에서 주 44시간 근무에 78만6천여원을 기본급으로 받는 조건으로 1년 간 근무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근로계약 만료를 보름 앞둔 지난 2월14일 특별한 이유없이 쫓겨나듯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회사에서 “오늘부터 일 안해도 좋다”, “다른 곳에 일 할 수 있는 지 알아보라”는 등 간접적으로 회사를 그만 두라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렇게 쫓겨나듯 회사를 그만두면서 마땅히 받아야할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근로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A 씨가 근로계약기간을 채웠다면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 한 달치에 준하는 퇴직금 120여만 원을 받았을 것이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에는 이들처럼 회사 측의 간접적인 권유로 회사를 그만 둬 퇴직금을 못받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피해사례가 올들어 20여건이나 접수됐다.
화성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가 지난해 5월 현재 1만9천여명인 점을 감안할 때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센터 측은 추정하고 있다.
센터 측은 상당수 중소사업장들이 통상 1년으로 돼 있는 근로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으며 관할 노동청을 통한 구제절차가 복잡해 이런 절차를 모르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오지환(40) 센터 상담실장은 “사업주들은 외국인 고용 자체만으로 선심을 썼다고 보고 퇴직금을 주는 것은 억울하게 생각한다”며 “사업주를 상대로 한 소양교육 강화, 퇴직금 분쟁에 대비해 근로계약 해지시 사직서 제출을 제도화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