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살기 어려워 남한을 찾았는데 우리가 그들을 보살피지 않으면 누가 하나요”
지난 5일 과천시 별양동 중앙공원 분수대 앞은 여는 때와 달리 사람들이 북적였다.
오전 10시부터 하나 둘 몰리기 시작한 고객들은 삽시간에 긴 줄을 이루며 저마다 물건 고르기에 바빴다.
릉라도 쌀 고추장, 령지버섯, 목이버섯, 장뇌삼령지분, 말린 참나물, 말린 인진쑥, 황해채, 결명자, 들쭉 술 등 북한에서 생산된 상품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고른 뒤 준비해온 장바구니나 비닐에 담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과천시협의회(회장 장영란)가 개최한 ‘새터민 돕기 북한상품 바자회’가 열린 현장 모습이다.
이 단체는 최근 위장 탈북 간첩사건 여파로 생계 꾸리기가 한층 어려워진 새터민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마련했다.
주최 측이 내놓은 나물, 버섯류, 장류, 주류 등 15가지 물품은 판매 예정시간보다 훨씬 앞서 품절되는 성황을 이뤘다.
1일 판매원으로 자원 봉사한 녹십자사 부녀회원과 평통 자문위원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빴다.
이것저것 한보따리 산 이제승(47·주공 5단지)씨와 노명순(67·주공 5단지)씨는 “새터민도 도우고 북한 식품도 맛볼 겸 나왔다”고 말했다.
황정규(50·별양동)씨는 “아버님에게 모처럼 고향 음식을 드시게 하기 위해 장터에 나왔다”고 했다.
분수대 주위엔 북한 실상을 촬영한 사진전시회가 열려 시선을 잡았다.
유치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노는 장면과 식료품 풍경, 팔순 잔치, 공민증, 고등중학생의 컴퓨터 실습, 지난 1980년도에 발행한 출장(려행)증명서 등등.
김병윤(77· 중앙동)씨는 “북한의 남한 점령 때 어디가려면 인민위원회로부터 여행증을 받아야 했는데 그 여행증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장영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1만3천명에 달하는 새터민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해 잘 살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위장 탈북 간첩사건으로 침울해진 그들에게 이번 바자회가 용기를 북돋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판매 이익금은 과천 관내 15세대 새터민에게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