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놈 딱 한번 본 후 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더라고요. 그렇다고 기수는 만만찮은 나이와 나의 체격 조건에 맞지 않고…궁리 끝에 마필관리사 길을 택했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쇼트트랙 헤드코치가 하루아침에 마필관리사로 변신한 한상원(39)씨의 전업(轉業)동기는 지극히 단순하고 모험적이었다.
건국대학교 사범대 전체수석 입학과 총학생회장 이력에다 리라초에서 쇼트트랙 헤드코치로 일할 당시 국가 대표선수인 변천사 선수를 길러냈던 그가 심정의 변화라도 일으켰을까.
학창시절 전도유망한 육상선수였다고는 하나 매일 새벽 5시반에 시작되는 새벽조교에다 500㎏에 육박하는 경주마를 다루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길다고는 볼 수 없는 그의 인생여정은 도전으로 점철돼 있다.
화랑축구대표팀 감독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소년체전 서울 대표로 참가했고 지난 1987년도 국제 육상그랑프리 대회 100m에 출전하기도 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서울 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변신을 한다.
그러나 1년 뒤 학교를 뛰쳐나와 건축 일에 뛰어드는가 하면 다시 초등학교에 빙상 보조강사로 운동계에 복귀하는 등 들쭉날쭉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그는 지난 2000년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무료승마강습에서 우연히 말을 접하곤 슬그머니 그 놈의 도전정신이 또 도졌다.
그런 자신을 “살아있는 말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도전해야 할 대상”이라고 편하게 정리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한 관리사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교승인 자격이 주어지는 2년 동안 말을 탈 수 없어 침만 꿀꺽 삼켜야 하는 현실은 참기 힘든 욕망이었다.
그런 갈증은 몇 번은 떨어져야 딸 수 있는 자격을 경마공원 역사상 단 한 번에 가능케 했다.
맨 처음 말 등에 올라탈 당시의 감정을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그것도 안개가 내리깔린 경주로를 내달리는 기분은 어떤 감탄사나 수식어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도전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한상원씨의 가슴엔 경주마를 자신의 스타일로 조련하고 마방을 이끄는 조교사를 품고 있다.
마필관리사 2년, 조교승인 1년 이상, 조교보 8년 이상의 멀고도 험난한 길이지만 그가 걸어온 행로를 미뤄보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브레이크 없는 인생 도전에 대해 그는 “나의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