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월이 오면 과천은 과천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발길로 지축이 흔들린다.
조선 8도 6개 광역시 시민들이 국내가 아닌 세계를 지향하는 과천한마당축제를 보러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천릿길을 멀다않고 달려온다.
한마당축제는 꿈과 희망, 낭만과 환희를 노래하며 그들을 품에 안는다. 올해 한마당축제는 한낮엔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지표가 열기를 품어내지만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부는 23~28일 6일간 과천 전역에서 동시 개봉된다. 거리라는 열린 공간에서 우리네 전통 공연장 형식인 마당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한국을 포함, 6개국 24개 작품(자유참가작 8개 작품)이 선보인다. 하나같이 놓치긴 아쉬운 명작들로 채워져 있지만 관객에게 울림이 큰 국내외 6개 작품을 엄선, 소개해본다.
◇해외초청작
▲야영
프랑스 제네릭 바뾔 극단이 20여 년 전에 제작, 세계를 순회 공연 시 절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도심의 하루가 무리 지어져가는 저녁,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푸른 얼굴의 한 무리가 거리를 활보한다. 그들은 도시의 가로수, 벤치, 빌딩 등을 변형시키고 자신들만의 장소를 찾아 배회한다.
현대사회의 안정된 질서를 상징하는 거대한 피라미드와 마주친 그들은 그 물체를 향해 돌진하고 어느 한순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다.
생각 없이 보면 그로테스크한 음악과 드럼통을 아스팔트에 쿵쿵 찧듯 굴리는 모습과 화려한 불꽃놀이 등이 눈요깃감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기실은 후기 산업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가정신이 숨어있다.
양떼를 몰고 가는 모습을 보고 작품을 구상한 연출가 삐에르 베르톨로의 의도는 양떼(국민)를 상징하는 드럼통과 추악한 군상을 나타낸 개를 표출한 불의 등장, 산업사회의 표상처럼 우뚝 선 높은 피라미드에서 잘 드러난다.
연극과 조형, 음악, 무용, 특수효과 등 모든 예술장르를 한 무대 골고루 섞은 점이 특징이다.
출연진들이 가져온 드럼통을 피라미드로 쌓아 허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벚꽃동산(우크라이나)
체홉의 희극을 거리극으로 재탄생시킨 ‘벚꽃동산’은 한마디로 무차별하게 이뤄지는 개발에 대한 내밀한 고발과 덧없는 사라지는 젊음에 대한 회한을 무언극으로 그렸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한 아름다움의 상징인 벚꽃동산은 도시의 확장에 따라 일순 사라지고 사람들은 그것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흔적 없는 벚꽃동산에 다시 모인 그 때 그 사람들의 얼굴엔 주름살이 깊게 패여 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한지라 90분 공연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여정, 도시의 여정(프랑스)
삶의 여정은 ‘연극은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란 명구를 떠올리게 한다.
두 개의 작품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하루 중 제일 조용한 시각 벤치에 앉아 주변을 관찰하던 배우들은 이리저리 거리를 배회하고 자신을 살펴보기도 하며 화려한 춤을 춘다.
이 공연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가운데 무관심과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를 무용으로 표출해낸다.
후반부로 갈수록 거친 몸짓이 인상적이다.
◇국내초청작
▲쉬크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성찰을 그린 작품으로 멋과 외모를 추구하다 종국엔 그런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인간 군상들을 표현했다.
연출과 출연을 동시에 맡은 김은숙의 1인 무언극으로 여러 가지 오브제와의 놀이를 통한 캐릭터 설정과 양식화된 연기, 실험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탈 장르적인 퍼포먼스다.
공연장소가 가정집 정원이란 점이 이색적이고 관객은 낮은 대문과 담장을 통해 엿보기를 한다.
▲새
‘바다는 새를 잡습니다. 새하얀 깃털은 검정 옷을 갈아입고 저승의 무도회로 갑니다. 죽음의 춤을 춥니다.
이 대사를 읽는 순간 어떤 작품인지 짐작을 할 수 있다.
서해안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환경문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끊임없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거대 산업사회을 정면으로 고발한다.
▲어쨌든 나는 가야한다
지하철 역사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바쁜 출근길을 재촉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소재로 반복되는 생활 속에 어디론가 급하게 가는 우리의 모습을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나타냈다.
웃고 즐기는 동안 그들이 나의 모습이란 사실을 발견하곤 씁쓰레한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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