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 불리는 온다 리쿠의 단편집 ‘코끼리와 귀울음’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5년간에 걸쳐 연재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단편집으로, 온다 리쿠가 자신의 장점이자 한계였던 모호함을 벗어던지고 가장 논리적으로 구성해낸 ‘본격 미스터리’ 작품집이다.
본격 미스터리는 ‘논리의 소설’이다.
작가는 사건의 단서를 공정하게 작품 속에 모두 제시해 독자들의 흥미와 추리를 유도한다.
그리고 두뇌게임에 참여한 독자들을 교묘한 트릭으로 혼란시킨 후에 대단원에 이르러 비로소 주인공을 통해 진상을 공개한다. ‘코끼리와 귀울음’ 역시 ‘마법의 스토리텔러’라 불리는 온다 리쿠의 작가적 매력으로 독자들을 각각의 결말에 설득되고 경탄하게 만든다.
‘코끼리와 귀울음’에는 온갖 사건을 접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탐정으로 전직 판사 출신의 세키네 다카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말끔한 트위드 양복을 갖춰 입고 담배 대신 캐러멜을 우물거리며 아이들의 단편적인 대화나 편지 속의 한두 문장을 통해 사건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머릿속에서 추리에 추리를 거듭해 범인을 밝혀내는 세키네 다카오의 모습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해낸 명탐정 ‘미스 마플’에 못지않은 새로운 안락의자탐정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