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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과천 ‘마사박물관’

농경·운반수단에서 경주마로 사용
삼국~조선까지 유물 300여점 전시
화려한 문양의 안장 공예기술 뽐내

 

 

‘기마민족 자존심’ 역사로 태어나다

인간과 말(馬)의 인연은 말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징하고 모진 만남이다.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 마구간이 발굴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드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활보하던 말을 붙잡아 길들인 순간부터 말은 자유로운 몸이 아니었다.

농경과 운반수단으로 혹은 전투의 한 도구로 사용되었고 그 값어치가 없어져 이젠 자유로운 몸이 되나 싶었던 현대 들어서는 경주마란 이름의 굴레를 또 써야했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인간과 같이해온 말은 우리네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단순한 노예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 혹은 생사고락을 같이한 귀한 존재로 인식해 그림과 조각의 소재로 삼았고 혹은 예술성이 뛰어난 마구를 만들어 찬송했다.

선대들이 남긴 말과 관련된 귀중한 유물은 과천에 소재한 서울경마공원 내 마사박물관이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기마민족의 후예인 우리 몸속 어딘가에 아직도 광활한 들판을 달리고자 하는 호연지기가 잔존해 있을지도 모른다.

말의 흔적과 자취는 그래서 궁금하다.

마사박물관을 찾은 날은 오랜 가뭄 끝 단비가 내린 지난 13일이었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평일이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으로부터 중계되는 교차경주를 즐기러 온 경마팬들이 무리를 지어 입장했다.

넓다기보다 아담하다는 느낌이 드는 400여㎡의 전시장엔 가야, 삼국시대부터 근대 조선시대까지의 유물 300여점이 장인들의 숨결을 간직한 채 유리상자안에서 관람객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마구의 발전상과 민속자료 등 마 문화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전시공간을 굳이 구분한다면 고분이나 성곽에서 출토된 말갖춤과 토기들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200호 대형그림인 이왈종 화백의 ‘중도의 세계’는 말의 힘찬 기상을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주도 풍광과 조랑말을 소재로 삼았다는 김정희 학예사의 멘트를 뒤로하고 몇 발작 걸음을 옮기면 말방울과 재갈, 안장 등 마구(馬具)를 접한다.

신라시대 재갈은 부식상태가 심한 편이나 천년 이상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그 모습을 우리들 앞에 보였고 무관의 관직에 따라 재질과 모양을 달랐다는 통일 신라시대 은제 말방울은 지금도 장신구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잘 만들어졌다.

말굽에 부착하는 편자는 초기 칡을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롭고 말띠꾸미개, 말때드리개, 띠고리는 그림을 봐야 용처를 알 수 있을 만큼 쓰임새가 아리송하나 하나같이 모양은 재미나다.

화려한 문양을 새겨놓은 안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다.

왕관을 닮은 듯한 가야, 고려시대 안장가리개는 현대인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공예기술에 벌어진 입이 다물 줄 모른다.

박물관 대표적 소장품인 영친왕 이은 공의 기린문안장은 조선시대 제왕의 적자만이 사용했던 기린문을 고종의 일곱째 아들이 이 문양을 새겨 넣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백제 청동발걸이는 미려한 외양도 외양이지만 전반에 새겨진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의 장식기법을 세밀히 관찰하자면 10분의 시간도 모자란다.

삼국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예술을 꽃피웠던 백제문화의 단면을 엿보는데 손색이 없으나 다만 발을 딛는 부분인 답부가 일부 파손된 점이 아쉽다.

토속신앙의 단면을 보여주는 토기는 말이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일러준다.

기마인물형토기(국보 91호)와 함께 말 모양 토기 중 수작으로 꼽히는 마형토기뿔잔(가야)은 빼어난 조형미로 1980년 초 3년간 미국 ‘한국미술 5000년전’에 출품되었다.

작지만 힘차고 당당한 말 안장위에 우각형 뿔잔을 비스듬히 얹은 자태도 곱지만 그런 발상 자체가 기발 나다.

토제말(조선)은 비록 작지만 갈기와 안장, 굴레 등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작품으로 꼽힌다.

무덤 부장품 중 귀족층에서 나온 말 자기제품은 세련된 반면 서민층 토기는 투박하고 소박하나 귀엽다.

전쟁에 나서는 무관이나 먼길 떠나는 사신에게 임금이 술을 담아 하사했다는 ‘마상배’는 아랫부분이 팽이처럼 뾰족한 것이 이색적이다.

아마도 단숨에 들이키는 듯이 담긴 듯한 이 술잔은 한때 고급 룸살롱에서 이 형태를 모방, 사용한 적이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유물전시장 곳곳에 비치해놓은 그림과 책도 흥미를 유발하기에 족하다.

활달한 경기장면을 세련된 필치로 현장감 있게 그린 이여성의 ‘격구도’는 조선시대 전통복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근대화단의 대표적 작가인 안중식의 ‘유하신마도’는 당시 일제치하 암울했던 시대에 신마란 간접적인 표현을 통해 독립을 염원했다는 학예사의 해설을 듣노라면 화백의 구국정신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조선 무인으로 말의 사랑이 유별났다는 이석구의 ‘애마송병풍’, 지운영의 ‘준마도’도 작품성이 빼어나고 1900년대 전국 12도에 분포한 마필 등의 두수현황과 밀도 등을 표시한 ‘각필마필분포도’는 말의 중요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말갖춤 일습과 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토기 및 고구려 고분벽화의 기마인물도 등에 그려진 마구를 토대로 복원했다는 ‘말 모형’은 너무 화려해 눈이 휘둥그레진다.

연중무휴 운영하는 마사박물관은 주말에 한해 경마공원 입장료(800원)를 내야하나 대신 경주를 구경할 수 있는 보너스가 주어진다.

특히 경마공원은 모형승마체험과 조랑말타기 등 체험거리와 사계절 각종 축제가 열려 때를 잘 맞추면 가족이나 연인들이 하루를 즐기기에 족하다.

박물관 개관은 오전 10시 폐관은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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