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봄 지독한 놈이 온다
기상청이 최근 올 봄철 황사(黃砂)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사는 바람에 의해 하늘 높이 올라간 미세 모래 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 있다가 서서히 떨어지며 이룬다. 우리나라에서는 흙이 비처럼 떨어진다해서 우토(雨土), 토우(土雨), 흙비라 불려졌고 영어로 Asian Dust, yellow dust,yellow sand, yellow wind로 지칭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피해정도는 발원지 지척의 중국보다는 적고 일본보다 심하다. 우리나라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에 전해오는 174년이며 일제강점기 1910년 이후 황사라 불려오고 있다. 황사는 100만t 가량의 먼지가 날라들어 평소보다 대기중 먼지양이 3배정도 높아지고 구리,카드뮴 등 중금속 농도가 2~ 10배까지 높아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올해 봄철 황사가 많은 이유는 중국과 몽골 경계의 넓은 사막지대 황사발원지 기온이 평년보다 2~ 6℃ 높고 눈이나 비가 적게내려 눈덮임 현상이 평년보다 적어 황사발생 징후가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도한 가축 방목에 따른 목초지 감소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발원지의 사막화가 가속화돼 방지·예방 대책이 강구되지 않을 경우 정도가 날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봄철 발원지 기압골 통과시 북서풍 영향에 놓여 우리나라에 황사 유입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며칠전 황사 주의보(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40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황사 경보(〃 800㎍/㎥ 〃)가 발령되는 사태를 맞으며 올봄 3~ 5월 기간에 날라드는 황사로부터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리 생활주위에 짙게 배어 있다.
황사 주요 성분이 석영, 장석, 운모, 고령토와 알루미늄, 철 등의 금속류에다 근래의 중국 산업화로 황사에서 납, 규소, 카드뮴 등 중금속을 비롯한 아황산가스 등의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검출되고 있고 실제 폐호흡기 환자와 조기 사망자 증가 현상을 보여 기관지 천식을 비롯한 만성폐질환을 앓고 있거나 어린 아이, 노약자 가족은 더욱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사와 인체 질환
황사는 눈, 코, 기관지, 피부 등 접촉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미세먼지는 기도에 직접 자극을 주고 하부기도로 유입되면 미세먼지에 포함된 내독소 등에 의해 항균 작용이 저하되고 염증성 싸이토카인 및 성장 인자 분비 촉진으로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 또 미세먼지에 흡착된 알레르겐 및 다양한 산도 입자의 면역반응으로 반응성 산소물 형성이 증가돼 폐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또 기관지 천식은 기도의 만성적인 알레르기 염증 질환으로 원인 물질에 노출 되면 알레르기 과민 반응을 일으켜 기관지가 좁아지며 예민해져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소리 등이 나는 질환으로 만성 기침 형태로 야간 또는 악화인자에 노출될 경우 악화된 기침이 발작적으로 일어난다. 천식 환자는 원인 물질에 노출될 경우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며 증상이 악화된다. 황사로 인해 PM10이 증가되면 정상인도 목이 컬컬해지고 답답하며 호흡이 다소 곤란함을 느낄수 있고 특히 천식 환자는 증상 악화가 촉발돼 응급실 방문이 크게 늘고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 천식환자는 상·하부 기도 증상이 심해지고 사망할 수도 있다. 천식 환자는 황사가 심하면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실내에 머무는 것이 좋고 실내에도 황사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공기정화기 및가습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공기 중의 습도를 높여 주는 것이 좋다.
◇황사와 어린이 건강
따뜻해진 봄철 외부 활동량이 많아지는 어린이들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어린이는 기도점막이 약해 쉽게 황사에 노출될 수 있어 황사가 발생하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게 좋다. 외출시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양치질 등으로 입안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어린이인 경우도호흡시 쌕쌕 소리를 내거나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천식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한다. 기관지 천식은 예방과 치료를 통해 극복될 수 있는 질환으로 어린이에 대한 보호자의 건강 역할과 책임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천식은 심한 기침을 불러와 뛰어 노는 어린이 세계의 행동 저해요인으로 보호자의 조기 치료의지가 중요하다.
◇황사와 눈건강
황사는 눈건강을 크게 해친다. 황사로 인한 눈질환으로는 자극성 결막염과 알레르기 결막염 악화, 건성안 등이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은 알레르기 비염의 콧물, 재채기, 코가려움, 코막힘 등과 비슷하나 특히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충혈, 뭔가가 눈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눈을 비비면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심하면 흰자위가 부풀어 오른다. 안질환이 있으면 황사 때 가급적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외출 시는 보호안경을 착용하고 귀가 후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을 깨끗이 씻어주는 게 좋다. 소금물은 눈을 자극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 증상 초기에는 흐르는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박거리거나 얼음 찜질을 하면 병세가 호전될 수 있다. 무분별한 안약 사용은 녹내장, 백내장 등 더 큰 병을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 눈수술(라식, 라섹, 백내장 등)한 사람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외출시에는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하고 흙먼지가 눈에 들어갔어도 절대로 비비지 말고 인공 누액 등으로 씻어 줘야 한다. 렌즈를 낀 사람도 황사 때는 가급적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황사로 렌즈에 흠집이 생기거나 각막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사 특보와 행동 요령
황사는 기관지, 눈, 피부 등 인체 전반의 건강에 해를 끼쳐 황사주의보, 황사경보 등 특보가 발령되면 실외활동을 금지하고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황사가 실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을 점검해야 한다. 부득히 외출할 때는 보호안경,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가에 수분 크림을 발라 보호막을 만들어 주거나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 또 귀가 후에는 손을 철저히 씻고 조리도구도 필히 세척해 사용해야 한다. 음식요법으로는 광물성 중독을 치료하는 돼지고기, 해독작용 하는 마늘, 중금속 해독하는 미역·다시마, 가래를 삭여주는 도라지 등을 섭취하면 좋다. 황사특보가 해제되면 실내공기를 환기하고 황사노출 물품은 세척후 사용해야 한다.(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