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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는 작지만 큰 거인”

작은 체구 때문에 기수의 길 들어서
팬들의 응원에 없던 힘도 불끈 솟아
박병윤 수습기수 인터뷰

 

“마치 군대 같았어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점호, 구보로 시작해 교육받고, 또 점호로 하루를 마감하고….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단체생활이 처음에는 못 견딜 정도로 답답했으나 나에겐 이 길 밖에 없다 싶어 악착같이 견뎠지요 뭐” 현재 수습기수인 박병윤(21) 기수는 경마교육원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2006년 마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세의 나이로 경마기수의 길을 선택한 그에게 2년간의 합숙생활이 녹녹치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운동을 유독 좋아한 어린 시절 그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달리기를 잘해 작은 체구에도 불구, 전교에서 달리기대회를 하면 다섯 손가락에 늘 들었다.

하지만 최대의 핸디캡은 피지컬이었다.

또래 아이들이 방학만 지나면 몇 센티씩 훌쩍 크는데 반해 박병윤의 키는 제 자리 걸음을 했다.

“그 때 결심했죠. 내 길은 축구나 육상이 아니라고. 마사고등학교에 입학해 말과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수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왜소한 몸집의 제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인 2006년 그는 한국마사회가 모집하는 기수후보생 과정에 지원하게 됐고, 2년간의 경마교육원(기수양성과정) 생활과 기수면허시험을 거쳤다.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선택한 직업이지만 기승법을 비롯 마술학, 말의 해부생리, 질병, 장제 등을 가르치는 마학과 경마와 관련된 법규나 경주분석을 통한 경마전략 등 정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여기에다 상식, 영어, 영양학, 시사토론 등 직업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 하루 네 시간 말을 타는 훈련은 수십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게 했다.

정작 가장 힘든 것은 체중관리로 49㎏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참는 순간이다.

수습면허 취득 후 직업기수의 길이 활짝 열렸으나 장밋빛이 기다린 건 아니었다.

“성적이 저조하면 본인으로서도 괴롭지만 그보다도 마필관계자들에게 폐를 끼치고 경마팬들을 실망시켜 더 미안할 따름이죠.”

그의 말대로라면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상금을 받을 때라고 당연히 여기겠지만 대답은 의외다.

“평소 좋아하던 말을 신마 때부터 길들여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절로 터져 나오지요. 어디서 그런 모습을 지켜봤는지 팬들이 격려 메시지를 가끔 보내줄 땐 없던 힘도 생겨요.”

후배가 될 29기 기수후보생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기수는 말에서 내리면 작고 왜소한 사람이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큰 거인이 될 수 있다”며 “좋은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경마를 빛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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