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력서에는 반드시 취미를 적는 항목이 있다.
사람을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입사원 채용 이력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경우는 드물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취미가 독서,등산,음악·영화감상,운동 등 참으로 포괄적인 것 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사실 독서나 운동은 필수라고 할 수 있지만,취미라고 하기엔 좀 뭣하다.
재미난 취미가 기억난다.
‘토플(TOFEL)공부’ 이렇게 적어 놓고 괄호속에 타의(他意)...
결국 하기 싫지만 취업은 해야겠고 참으로 솔직한(?) 사람처럼 느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시(詩)감상’이란 특별한 취미를 적은 친구가 있었다.
고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점을 노렸는지는 알 수 없다.
취미가 별명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아는 학교 선생님은 휴일이면 만사를 제치고 테니스장을 찾는다.
경기가 끝난 뒤 이기면 신이 나서 한잔,지면 약이 올라 한잔...
부인이 별명을 공술(테니스공,마시는 술)이라고 지어 주었다.
또 가까운 사람중에 사생활이 약간 깨끗하지 못한 친구(?)가 있는데,본인 말로는 천성이 박애주의자(博愛主義者)로 호인(好人)이기 때문에 그 친절함이 남·여 성별 구분없이 베풀다 보니 가끔 사고를 친다고 변명을 했다.
취미를 스스로 번식(繁殖)이라고 했으니...
어느 날 부부모임에서 평소 하는 대로 “어이! 번식공(繁殖公)”하고 불렀더니,참으로 순진한 부인이 “왜 당신에게 번식공이라고 불러요?”
이 친구 대답이 번뇌(煩惱)할 번(煩),지식(知識) 식(識)자를 따서 평소 모든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철학적 의문을 갖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 친구 부인은 남편의 고상하고 이상한 별명에 관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라나.
설마 자랑스럽게 “얘들아~ 너희들 아버지 호가 번식이란다.”
이런 난감한 일이야 있었겠냐만...
지금의 시대(時代)를 인문학(人文學의) 부재(不在)라고 말한다.
인문학이 돈이 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 인문학 범위 안에는 언어,문화,역사,철학 등이 있는데,어디를 봐도 돈이 되는 구석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모든 학문의 바탕은 인문학이 자리를 잡고있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할 수 없다.
인문학이 결여된 학문은 단순한 기술일 뿐 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인문학의 꽃은 단연코 문학이리라.
문학의 꽃,시(詩)라고 할 수 있다.
시란 사전적(辭典的) 의미로 ‘인생에서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含蓄的)이고 운율적(韻律的)인 언어로 표현한 것’.
이렇게 풀이하고 있는데 어쨌든 소설은 풀어 쓰는 것 이라면,시는 함축과 줄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아는 유명한 소설가 한 분도 처음엔 시인이 되는 걸 꿈꿨으나 결국 소설로 바꿨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신춘문예 모집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하기야 요즘은 ‘산문 형식의 시’도 있고 보면 딱히 구분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시낭송·시작문 등이 새로운 취미로 등장한다고 한다.
서울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시’를 쓰는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있다는데 참으로 바람직하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시낭독회가 있었는데 700명이 참석했고 구리,부산 해운대에서도 수백명이...
하여간 보기 좋은 취미,그리고 사회활동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발간된 계간지(季刊誌) 「시와 시학」봄호 기고문에서 “나는 바쁜 만큼 문화에 대한 그리움이 깊다.젊은 시절에는 시인이 꿈이었다.” 고 밝힌 바 있다.
참으로 의외라는 생각과 함께 시와 대통령,맺기는 어려운 인연·관계지만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취미가 널리널리 퍼져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된다면 그것 보다 폼 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안도현의 ‘연탄 한 장’을 소개한다.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중략).
연탄은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중략).
덩이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