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박연차 리스트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더니, 관련자들 간의 엇갈린 진술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새삼 ‘정치인’과 ‘거짓말’의 뗄 수 없는 관계가 관심거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과 권력자들은 거짓말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마키아벨리, 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워 등의 사상가들이 한결같이 “지배계급은 항상 거짓말을 했다”고 단언한 바 있다.
한걸음 더 나가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소웰은 거짓말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을 태연하게 잘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소위 정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정치가들의 거짓말에 관한 유머라면 시리즈를 이룰 정도로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일반 국민들의 정치가들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해외 주간지에 실렸던 유머 하나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다. 하늘나라에는 작은 종들이 잔뜩 매달려있는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하늘나라를 지키는 베드로에게 이게 무슨 나무냐고 물으니, 베드로는 인간세상에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종이 울리는 ‘거짓말 나무’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거짓말 나무가 요란한 종소리를 내더니 아예 뿌리째 뽑혀 버리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쳐다보는 이 사람에게 베드로 왈, ‘드디어 국회 회기가 시작됐군’ 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일반 국민들의 인식 속에 정치가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정치가들이 거짓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가들의 거짓말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난 정치가는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거짓말로 인해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했고, 사실 여부를 떠나 사담 후세인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고의적으로 (거짓으로) 확대해 알림으로써 이라크 전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게 된 토니 블레어 수상이나 부시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정치적 레임덕을 감수해야 했다.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더라도 정치가의 거짓말은 자칫 ‘신뢰’라는 아주 중요한 가치를 훼손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사람에 대한 신뢰라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쟁이로 탄로나야만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진실성에 한 가닥 의혹이 생기는 상황만으로도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국민을 속이려 한다는 ‘감’만으로도 이미 신뢰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 번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치가는 아무리 진실을 말하더라도 누구도 그를 믿지 않게 된다. 그리고 신뢰를 한 번 잃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정치가들은 국민들이나 언론 등 주변 환경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는 동정론도 있다.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뉴이 박사는 정치란 포커게임과 비슷하며, 속임수가 게임의 일부인 것처럼 정치에서 거짓말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언론이나 야당 정치가들이 정부가 공개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파헤치며 압박하면 결국 거짓말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찍이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경우 국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처럼, 현대 국가에서도 때로는 정치가들의 거짓말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또 다른 난제라는 점에서 정치가의 거짓말이 상황논리로 관용되기는 매우 어렵다.
쉽게 흥분하고 빨리 잊어버리는 특성 탓인지 몰라도 과거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달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정치 생명과 국민 신뢰를 담보로 한 벼랑 끝 진실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잣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