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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다 저끝엔 희망이 있을지도…

바다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
끝과 시작 순환적 의미 내포
공간·인간 존재론 근원 탐구

그는 바다로 갔다

문성수 글|산지니|256쪽|1만원.


지역적 장소를 단지 작품 배경이 아니라, 그 공간적 의미를 작품 속에서 형상화하기 위해 늘 노력해 온 문성수 소설가의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가 출간됐다.

문성수 작가의 ‘그는 바다로 갔다’는 ‘바다’의 공간적 의미와 인간의 존재론적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먼저 이 책에서는 ‘출항지’,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바다로 갔다’, ‘선셋’ 네 편이 바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는 누구든 세상과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창(窓)’을 가지고 있다면 ‘바다’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바다’가 지리적 장소로서의 매개물이 될 수 있고, 원형적 심상을 지닌 공간으로서의 추상성을 내포할 수도 있다.

육지와 경계선상에 놓여 끝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순환적 의미가 생성되는 순간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게 됨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그는 바다로 갔다’에서는 바다에서 울려오는 원시음을 듣고 그간 고통과 방황의 질곡 속에 헤매다 새로운 방향의 가능성을 찾게 되는 계기로서의 ‘바다’가 있다.

‘그는 바다로 갔다’에서 그는 어렵게 상고를 졸업한 은행원이다. 기댈 언덕 하나 없는 도시의 현실 속에서 가난한 어머니에 대한 부채감으로 미래를 허덕이며 살아야 한다는 고통이 젊음을 시들게 했고,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삶의 우울과 생활의 곤궁이 뒤섞인 시꺼먼 개펄에다 인내라는 씨앗을 뿌려 꽃피게 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그 소리는 정작 도시의 소음에 불과했지만 그는 거기서 환청을 몰아내고 다시 바다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얻는다. 나도 그가 사라진 새벽녘에 도시를 덮어버린 안개 밑에서 그가 들었다는 원시음을 듣게 되며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새로운 출항의 돛을 올리게 된다.

이밖의 ‘탑에 오르다’, ‘바람 위에 앉아’, ‘호접몽’은 여러 가지 삶의 비극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처해진 삶의 비극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명적이든 역사적이든 사회적이든 자신의 내부적 성격 탓이든 간에 타자에 대한 폭력성은 우리의 일상적 현실 속에 늘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폭력성은 근원적인 삶의 비극을 항상 배태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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