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과학교육원에는 유치원생들이 전시실 관람을 많이 온다. 재미있게 돌아다니며 들여다 보고, 만져보고, 저희들끼리 떠들며 다닌다.
특별히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전시실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 자연에서 놀며 스스로 느끼고 체험해 보는 것만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선생님 손잡고 오는 어린 새싹들이 훌륭한 과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더 많은 배려를 할 생각이다.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자연과 친구하면서 지낼만한 공간도 부족하고 그럴만한 처지도 않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산으로, 들로, 개울로 다니며 얻어진 경험들이 있어야 자연을 사랑하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그런 마음씨로 키워질텐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에서 인간이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점과 5세까지의 초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자연에 대한 어린이들의 좋은 기억은 삶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즐거움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잠재된 기억들은 성장하면서 과학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되어 과학적인 재능을 발휘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어린이들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그 꿈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그 많던 호기심과 기발한 생각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다 없어져 버린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현재 일선 고등학교에서 이과 공부를 하는 학생과 문과 공부를 하는 학생의 비율이 3:7, 더 낮은데는 2:8 정도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과학을 왜 고학년으로 갈수록 싫어하게 되었는가? 과학을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학인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그 문제를 해결해내야 한다.
2000년부터 3년마다 시행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2006년 과학이 세계11위(2000년 1위, 2003년 4위)로 심각하게 추락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상위 5%학생이 2003년 2위에서 2006년 17위로 떨어져 우수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력’이 뒤쳐지고, ‘지구·우주’와 ‘물상’보다는 ‘생물’에 관한 지식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다른 국제비교평가에서는 흥미, 자신감, 가치인식 등이 낮게 나온 사례가 있다. 정의적인 영역에서 낮게 나온 점이 상급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과학을 싫어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실생활과 관련된 현상에 궁금증을 갖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아주 잘 설명해 놓은 것이 중요한 이론이고 원리이고 법칙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해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자연 이론과 원리를 들이대면서 설명하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무슨 호기심이 생기고 발견의 기쁨이 생기겠는가? 그렇게 해서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그런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함을 말해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과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을 좋아하고 즐기는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과학분야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국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 앞장서서 과학인구의 저변 확대에 애써주었으면 한다.
과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줄 알지만 여러 면에서 과학교육과 과학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깝다. 과학교육원, 과학관련 박물관, 과학관련 행사 등 교실 밖에서도 즐기는 과학문화가 확산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