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8 (월)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기고] 학생인권 더 늦출 수 없다

학생보다 학교가 우선인 요즘
코페르니쿠스적 사고 전환을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는 야만의 시대를 접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세계인권선언을 만들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지난 60여년 간 쉼없이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에 대해서는 어린이·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을 따로 제정할 정도로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어린이·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제 13조에서는 말과 글, 예술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것을 알고 우리 생각을 말할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제 16조에서는 개인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생활 및 명예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제 28조에서는 학교규율은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과 합치하고 이 협약에 부합하도록 운영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권리선언에 따라 한국에서도 2008년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 18조 4항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 발딛고 있는 현실은 인권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과도한 입시경쟁 속에서 학교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하는 약육강식의 공간으로 변한지 오래이다. 더욱이 최근 교육 여건 등 학교 정보 공개에 이어 학교별 학업성취도를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인권보다는 학교간의 서열화가 우선되고 있다.

지난해 학교정보공개를 앞두고 수원지역의 4개 학교에서 1학년이 경기도 타지역에 비해 약 4~6배 정도 더 전출이 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들 학교에서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60여명까지 전학이나 퇴학을 당했다. 당했다라는 표현은 학생 스스로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 의해 강압적으로 자행된 것을 의미한다. 이들 학교는 벌점제를 악용하여 흔히 말하는 ‘학교 부적응 학생’에 대해 과도한 벌점을 매기고 벌점이 누적되면 이에 근거하여 학생에게 퇴학이나 전학을 선택하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선택권은 있을 수 없었다.

이들 학교는 성적인 낮은 학생이나 학교에서 볼 때 학생스럽지 않은 복장의 학생들 때문에 학교가 안좋다며 우수한 성적의 중학생들이 학교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받기 위해서 이런 학생들이 학교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도 정형화된 두발과 복장을 강요받고 자율권은 박탈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성장과정에 있는 많은 청소년들은 폭력의 내면화, 순종의 내면화에 빠져들고 있다. 물론 어느 시기나 학생인권은 침해받아왔고 탄압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였다. 하지만 인권선진국을 지향한다는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근대적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웠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학교 안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가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청소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칙제정에 학생들 및 학부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난 2008년 국가인권위는 학생의 자율성 및 적극적 참여 등이 포함된 학칙 인권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향후 학칙을 제정할 때에는 반드시 이것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실수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날 때 청소년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그들의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체벌은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도 변해야 한다. 구타와 체벌은 일시적 개선을 보일 수는 있지만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강압적 교육을 강요하던 스파르타가 토론적 교육을 중시했던 아테네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인권향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학생인권 확보를 위해 손을 내밀고 함께 걸어가는 용기이며 실천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