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프로덕션에서 방송/영화 음향부분에 종사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을 그만두고, 올해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 이유인 즉,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프로덕션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내가 받던 월급은 단독 60만원이었다. 휴무없이 거의 매일되는 철야 근무에 대한 대가였다. 이렇게 시작해서 연차가 오래 될수록 보수가 오르지만 연 2500만원(동종업계 4년차 엔지니어의 보수) 채 안되는 게 현실이다. 이는 방송 3사 공채 PD들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모방송국 카메라기자의 임금은 초봉 3000천만원 이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것은 잘못된 관행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대부분 프로덕션에서는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별도의 근로 계약서나 연봉협상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풍조는 과거 방송시장이 활발해지면서부터 계속 이어져 온 관행으로 이 분야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 전문 인력들이 있었기에 국내 영화시장이 발전할 수 있었지만, 이들의 근무환경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방송전문인들의 보수나 작업 환경은 그들의 1/3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외국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다시 말하면 국내 기술력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결국 우리의 경쟁력은 악화되어 문화적 약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근무조건 개선이나 근무 수당 인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인식의 개선이다. 촬영, 편집, 음향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단순히 Tool, 기자재를 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취하는 한명의 아티스트로서 인식하고 처우를 개선해주어야 한다. 이럴 때 국내 방송/영화계의 기술력은 더욱 성장할 것이며, 이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세계 속의 문화강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