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료서비스에는 공공성이 있다. 그 의료서비스를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느냐 민간부문에서 제공하느냐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을 듯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같은 비용으로 같은 접근성이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 그렇지 않다.
가끔씩 ‘왜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 의료 자체가 본연의 공공성이 있으므로 문제 될 것 없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민영화 또는 민간위탁의 주장이 함께 있다.
짧게 보면 우리 지역에 굳이 공공의료기관이 없어도 민간의료기관이 충분히 의료수요를 충당할 수 있어 보인다. 게다가 공공의료기관은 경영적자가 심하다. 경영적자는 결국 지역사회의 부담만 늘린다. 민영화나 위탁운영이 자연스레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을 대신해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해 왔다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행려자, 의료급여, 또한 갖가지 사연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는 빠져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에 대하여 민간이 대신하게 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병원마다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기피하는 것을 어떻게 강제할 것이며, 민간부문이 요구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은 공공적 기능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궂은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민영화나 위탁운영은 지역주민의 의료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명한 선례가 있다. 어느 지방의료원의 민간위탁 첫해 1인당 1일 입원환자 진료비가 46%나 증가했다. 지역주민 의료비부담 증가는 지자체 직영방식과 비교할 때 더욱 확연하다.
전북의 경우 남원의료원은 지자체 직영이며 군산은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양 기관의 결산재무제표를 비교한 결과 일반 환자 진료비는 군산이 남원보다 무려 325%가 많았으며, 보험환자는 37%, 의료급여환자는 15%가 높았다. 이쯤 되면 민간위탁, 민영화가 곧 지역주민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군산의료원은 한 술 더 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재료비까지 환자에게 부담시켜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환자의 만족도는 남원의료원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는 본래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치료 위주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예방의료, 만성질환 관리,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예방적 공공보건의료사업은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편익 증가뿐만 아니라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길이 다.
최근 인천지역 공공의료기관의 대표는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졌다”며 대안으로 “특수병원화나 민영화”까지 거론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인천지역 노숙인의 95%를 전담하고 있는 것이 해당기관의 현실이다. 모르는 것인지, 눈감고 있는 것인지 한마디로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비율은 18%로 OECD 최하위이다. 영국은 95%, 이탈리아는 73%의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우리와 같은 건강보험제도를 갖고 있는 멕시코는 70%, 프랑스는 65%, 일본은 35%다. 의료민영화로 수많은 폐해를 겪고 있는 미국도 33%다. 비교할 수 없는 수치인 셈이다.
모두 다 힘겹게 현재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을 통해 위기 극복의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여 의료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사회통합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