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도시가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분당, 일산 등 기존 수도권 5개 신도시들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 외관, 단조로운 주동배치 등으로 인해 개성이 없는 도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속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채택된 대량생산형 공급시스템으로 인해 양적 공급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으나, 신도시들은 서로 유사한 기능과 경관을 갖춘 비슷비슷한 도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교신도시가 기존 신도시와의 차별화를 위한 ‘명품신도시 개발’을 선언한 이후, 신도시를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도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정체성이 없는 도시의 주민들은 정주의식과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 도시는 언제든 떠날 수도 있는 곳으로 인식하게 되어, 도시의 지속적 발전과 도시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신도시계획에서 도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앞으로의 신도시는 일반적인 베드타운 기능에서 벗어나 도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특화기능을 설정해야 한다. 차별화된 도시기능은 도시의 생존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특화기능 설정의 대표적 사례인 광교신도시의 경우, 도시 자족성 구현을 위하여 행정 및 업무기능을 특화기능으로 설정하였으며, 특화기능의 실현을 위하여 행정타운, 비즈니스파크 등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둘째, 공공디자인과 도시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여 도시의 개성과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스페인의 낙후도시 빌바오는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도시의 이미지가 문화도시로 변모하고 여행명소가 될 수 있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지역의 특성과 역사, 주변환경을 고려하여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겠다. 도시의 삶에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룬 문화는 시민들의 편의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따.
셋째,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형 녹색기술을 적극 활용한 탄소중립도시로 개발되어야 한다. 과거 신도시는 환경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최근 남악신도시의 썬시티사업과 평택소사벌지구의 청정개발체계(CDM)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적용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의 신도시에서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환경여건과 녹색신기술이 창의적으로 결합된 독창적 에너지컨셉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함이 도시경쟁력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넷째, 미래세대가 개발방식과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유보지가 충분히 배치되어야 한다. 기존 신도시는 주택의 충분한 양적 공급을 위하여 토지의 수용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였으며,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경우, 유사한 기능의 신도시가 추가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신도시개발의 남발은 교통난, 미분양 등 새로운 도시문제를 발생시키게 되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한 공간적 기반인 유보지의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신도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계획목표를 잘 세우고 개발을 추진한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정체성이 없는 신도시는 도시경쟁력을 상실하고 점점 쇠퇴하여 새로운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다. 신도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도시 차별화와 경쟁력 제고 방안이 최우선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