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어떠한 언어도 그 언어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시대에는 그 언어가 제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이라는 개념도 예전엔 그냥 문제시되지 않았지만 법으로 제정되어 자리매김을 하면서 이제는 엄격하게 처벌되고 있다.
‘노인학대’란 어떤 행위를 말하는 것인가?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노인복지법 제1조의 2 제3호) 노인은 신체적 나약함,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질환 등으로 노인복지시설에 있거나, 가족구성원이나 요양보호사의 케어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으므로 학대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누구든지 이와 같은 노인학대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의료인이나 노인복지시설의 장 및 종사자, 노인복지관계자 등은 그 직무상 노인학대를 알게 될 경우 즉시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노인복지법 제39조의 6)
더욱이 전국 최초로 제정된 경기도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2008년도 10월1일 제정)에 따라 2009년도 3월에는 경기도 노인학대예방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현재 전국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은 18개소로 시·도별로 1개소씩 운영하고 있으나 경기도와 부산만 2개소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노인학대 신고접수의 경우 2007년도에는 603건이었으나 2008년도에는 638건으로 증가했다. 관련자료를 보면 노인학대 행위자는 아들 51%, 딸 14%, 며느리 12%, 배우자 8%의 순이다. 노인학대의 유형을 보면 언어·정서적 학대 36%, 신체학대 24%, 방임 23%, 재정적 학대가 10%의 순이다. 신고자의 유형은 관련기관 23%, 친족 23%, 본인 22%, 신고의무자 21%의 순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피해자에게 상담 및 정보제공 외에 필요한 지역사회자원을 연계하고 필요시 수급자 책정을 하거나 방문간호 등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제공하고 있다. 경기도는 최초로 관련조례를 제정했을 뿐 아니라 전 시·군에 학대피해 노인을 위한 일시보호쉼터를 지정하여 운영 중이다. 그 외에도 노인인권연극제나 관련세미나의 개최, 학대노인 숲 치유 프로그램 등도 운영 중이다.
전국의 어느 광역단체보다 경기도가 보다 열심히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과제는 산적해 있다. 실지로 노인학대 사례에서 가해자에게 처벌해야 할 경우 관계기관인 법률, 의료, 행정분야 등의 협조를 얻기가 용이하지 않다. 아직도 노인학대사례의 판정과 법률적 개입에 대해 ‘부모를 모시던 안 모시던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며 인격의 문제’라고 하는 법률관계자가 있다. 또한 ‘다른 자식도 있으니까 나에게만 노인부양의 의무를 강조하지 말라’는 자식, 스스로 노인과 같이 살 수 없다고 위협하면서 자기방임하는 가해자도 있다. ‘노인학대’라는 언어가 철저하게 범죄로 인식되고 노인의 살 권리가 모든 경기도민에게 인권으로 인지되기 전까지 아직도 갈 길은 먼 것이다.
이러한 노인학대 현상의 배경에는 아직도 가난하기만 한 노인들에 대한 공적급여가 ‘기초노령연금’이라는 명목 아래 용돈수준으로 지급되고 있고, 경로사상이라는 용어의 남발 속에서 가족해체 현상이 심화되고 노인도 예외 없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문제들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깃발 아래 사회보험형태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모든 노인을 케어하는 양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실지로 한국의 기초노령연금은 세계적으로는 노인수당 정도의 수준이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실질적 수혜대상노인은 전체노인의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소외받는 노인들의 사각지대 없는 사회적 안전망(Safety Net)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제고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들도 노인세대가 되었을 때 학대받지 않는 삶을 보장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