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천을 둘러보았다. 지난 7월 장마철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곳곳이 패이고 유실되어 복구한 흔적이 안타까웠다. 이제 씨앗을 뿌린 코스모스의 키 높이가 3cm 또는 5cm라면 9월 한달 부지런히 자라서 꽃을 피우려면 무척 바쁠 것 같다.
수원에는 주요 하천으로 수원천, 서호천, 원천리천, 황구지천이 있으며, 이들 4대 하천은 이수, 치수, 환경기능을 담당하며 수원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4대하천은 황구지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천들이 농경사회의 농수로 역할을 끝마치고 이제는 도심형 하천의 유수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하천의 순기능인 하수도의 집적물과 장마철을 대비해서 충분한 통수 단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하천의 폭원이 50m 이하인 하천은 하천 바닥에 인공시설물과 대규모 꽃밭조성을 자제하고 산책로와 약간의 예산 투입으로 자연형 하천답게 토종의 야생초화류를 씨앗으로 포설해야 한다.
그런데 수원의 현실은 어떠한가. 튜울립과 백합등 비교적 예산 투입이 많은 외래종을 심는다. 하천의 순기능을 망각하고 근린공원의 꽃밭인 양 착각하여 대대적인 꽃 축제를 각 구청별로 경쟁적으로 주민의 복리증진이란 미명 아래 전시행정이 자행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꽃밭이 장마철에 유실되고 분수대가 고장나고 각종 시설물이 망가지면서 매년 반복되는 인력과 장비의 복구비는 시민들의 아까운 혈세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시민들은 도심속에 있는 하천이지만 자연형 하천을 갖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자연형 하천이란 무엇인가. 자연 친화적인 하천, 즉 제방의 유실을 막기 위한 양안의 석축 외에 최소한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
또한 산책로는 장마철에도 큰 피해가 없으므로 주민들의 동선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싶다. 그 이외에는 몇몇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서, 또는 동원된 사람들만을 위해서 일회성 행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꽃밭이 수원시민들에게 얼만큼의 만족감을 주고 있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꽃밭은 언제나 누가 보아도 보기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인공적이지 않은 야생초화류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혹시 산책로까지 침범한 야생초가 이동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약간의 제초작업만 하면 그만이다. 야생초의 종류로는 달맞이꽃, 개망초, 민들레 등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보기에도 좋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적은 비용을 통해 야생초로 우리의 하천을 꾸미는 방안은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일부 극소수의 야간이용 주민들을 위해서 가로등을 밝게 조명해 주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그것을 여과 없이 민원으로 생각해서 시설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생태하천과 자연형 하천을 이야기하면서 생태교란을 일으키는 밝은 조명을 밤새도록 비추어야할까. 건강한 하천이 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하천도 잠을 자야한다.
제방의 석축 사이에 푸르게 잘 자라는 야생초를 뽑아내면서 잡초를 제거하니까 깨끗해져서 좋다고 말하는 그릇된 편견을 관계공무원과 전문가들이 민원인 이라고 하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에게 향도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수원시는 하천의 순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를 해야 할 것이며, 수변공원이 필요하다면 제방 뚝 외에 20m 이상의 폭원을 확보해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 또한 잡초가 야생초로 명명될 수 있도록 낭만이 살아있는 하천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