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담 역의 김남길은 수십 차례 쫓아다니며 살핀 후 캐스팅했고, 알천 역의 이승효는 오디션 때 바로 ‘이 친구다’ 싶었어요.”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인기 절정을 구가하는 MBC TV 사극 ‘선덕여왕’의 ‘캐스팅 디렉터’ 문형욱(45) 씨는 이 작품을 통해 부상한 김남길과 이승효를 발탁한 주인공이다.
그는 “미실 역의 고현정씨를 제외하고는 이요원부터 단역까지 다 내가 캐스팅에 관여한 배우들”이라며 “중간에 일부 배우를 놓고 ‘미스 캐스팅’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됐다”고 말했다.
‘캐스팅 디렉터’라는 직업은 일반에는 생소하지만, 영화나 드라마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한 직업이다. 작품에 맞는 배우를 물색해 캐스팅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 직업도 시대가 변화하며 조금씩 발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연기학원이나 단역배우 전문 회사 관계자들이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은 주연까지는 캐스팅하지 못하고, 조연과 단역 배우들을 섭외했다. 그러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매니지먼트업계의 힘이 세지면서 매니저들이 작품 주연을 포함해 조연 배우를 발탁하며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다시 문 씨처럼 매니지먼트와 상관없는 캐스팅 디렉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작품에 참여해 주연부터 단역까지 캐스팅한다.
그 중 문 씨는 ‘주몽’, ‘이산’을 거쳐 ‘선덕여왕’까지 5년째 사극 전문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하며 입지를 굳혀 나가는 중이다. 최근 ‘결혼 못하는 남자’의 총괄제작프로듀서도 맡은 그는 현재 이병훈 감독의 신작인 ‘동이’의 캐스팅에 참여하고 있다.
1980년대 충무로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던 그는 1989년에 MBC에 계약직 조연출로 입사하면서 드라마 ‘10대 사건 시리즈’ 등에 참여했다. 이후 SBS로 옮겨 ‘머나먼 쏭바강’, ‘작별’, ‘박봉숙 변호사’ 등의 연출부에서 일한 그는 1998년 퇴사하면서 매니저로 전직한다. 그러다 2001년부터 캐스팅 디렉터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 ‘스타일’을 연출하는 오종록 PD가 캐스팅 디렉터를 해 보라고 권유하셨어요. 발이 넓고 친화력이 있다며, 배우들을 널리 아우르는 일이 적합할 것이라고 하셨죠. 요즘은 ‘배우들 조합을 잘하더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무척 기분 좋죠.”
그는 “캐스팅 디렉터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고,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를 공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작가까지 아우르는 전문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이득 관계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작품을 보며 캐스팅을 하고, 배우들에게도 조언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