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나무들이
울긋불긋 밤새워 편지를 씁니다
가로수 은행나무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부치느라
우체통 가득 넘치는지
거리에 편지들이 굴러다닙니다
겉봉도 없는 앙증맞은
한 장짜리 편지
잎맥 툭툭 불거진 줄거리만 봐도
알록달록 깊은 사연 알 수가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지간 부부와 고부간 갈등이며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구구절절
힘겨운 살림살이에 구직난까지
깨알같은 글씨 한 구절 없어도
단숨에 바삭바삭 소리내어 읽을 수가 있습니다
계절이 무르익으면
사람들은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지만
나무들은 일제히 잎사귀로 대화를 나눕니다
방방곡곡 가을엔
제 몸에 차곡차곡 휘갈겨 쓴
나뭇잎 편지에 밟혀 죽겠습니다
신비스런 비밀 하나
희망처럼 던져주는 통에 미치겠습니다
시인 소개 : 경기 화성 출생,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잠시 그대를 내려 놓았습니다>, 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