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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 나무들의 구조조정

정승렬

찢겨진 일간지가
가로변 은행나무에 걸쳐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 한파 몰아 칠 듯’
짙은 고딕체로 쓰인 제하의 기사가
나무줄기의 숨통을 옥조인다

푸른 나뭇잎들이
노랗게 질리며 우수수 떨어진다
물관을 따라 오르던 물줄기가 끊어지고
내리쬐던 햇볕도 높은 빌딩에 가려져
광합성 작용을 멈추고 있다

한 차례의 칼바람이 불어오자
거리의 나무들은 체념을 한 듯
잡고 있던 식솔들의 손을
미안한 듯 슬그머니 놓기 시작하였다
땡글땡글 살찐 열매들이
보도 위에 나뒹굴고 있다

굵은 가지와 우듬지만 남은 나무들
푸른 봄 기다리며 자기 살을 깎고 있다
아프다

 

시인 소개 : 경기 화성 출생,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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