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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농업경영인] 21. 의성난원 김서규 대표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그윽한 ‘동양의 멋’

동양의 멋은 무엇일까? 흔히 서양은 이성과 과학, 합리성에 따라 모든 문화와 생활 규범이 형성돼 왔다. 반면 동양은 존재가 아닌 관계를 중시한다. 너와 내가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동양 철학에서도 이러한 원리가 잘 나타난다. 자연과 인간, 사회의 존재와 운동을 이와 기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성리학에서의 이기론(理氣論)이 단적인 예다. 이는 다시 심성론(心性論)과 연결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동양적인 문화와 환경에서 자라난 란(난초)를 예를 들자.

동양과 서양에서 자라나는 란은 각기 특징이 다르다. 흔히 동양란을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의 온대지역에서 자라는 난으로 일컫는다.

반면 서양란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카틀레야속(屬)·파레놉시스속·키프리페디움속 등을 말한다.

동양란의 종류로는 춘란속(Cymbidium)·석곡속(Dendrobium)·풍란속(Neofinetia) 등의 난들로 동양란 하면 곧 춘란을 뜻한다.

그러나 서양란은 꽃이 크고 화려한 색을 띠고 있어 주로 꽃 자체를 감상하기 위하여 가꾼다.

동양란은 날씬하게 쭉 뻗어 있는 잎의 곡선미와 수수한 꽃과 향기를 즐기기 위하여 가꾸고 있다. 동양란은 온도와 햇빛 및 습도가 잘 맞고 바람이 잘 통해야만 잘 자란다. 온도는 20~25℃ 사이가 적당하며 5~6℃ 이하로 떨어지거나 30℃ 이상이 되면 뿌리가 잘 자라지 못하므로 온도를 조절해준다.

동양란은 그늘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햇빛이 직접 란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햇빛에 직접 닿게 되면 잎이 타기도 한다. 습도는 공기 중의 습도가 60%가 넘어야 잘 자랄 수 있다. 강한 바람이 불면 잎에서 물이 빠져나가 마르기 쉬우므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을 피한다. 또한 잎을 자주 만지게 되면 잘 자라지 못하므로 난에서 조금 떨어져서 잎과 꽃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동양란에 속하는 종류로는 춘란을 비롯해 옥화란·소심란·건란·한란·보세란·금릉변란 등이 있다.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 146-2에서 0.7㏊ 규모의 ‘의성난원’에서는 이처럼 10여종의 동양란 20만 본이 자라고 있었다. 지난 1988년 이곳에 터를 잡은 김서규(58) 대표는 전형적인 농업인이다. 그는 이미 지난 2002년 경기도농업전문경영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는 동양란과 서양란의 차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동양란은 늘 한결 같습니다. 은은한 빛깔과 화려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여백과 정제된 멋과 미를 뽐내는 생명체입니다”

그의 동양란 예찬론은 끝이 없었다. 사실 그가 동양란 분야에 뛰어든 건 청년 시절 고향인 경북 의성 대나무(오죽) 밭에서 겪은 경험 때문이다.

당시 의성군 단밀면은 사과도 유명했지만 사실 오죽이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5월이면 발아하는 진오죽이 단연 으뜸이다. 그는 대나무를 본격적으로 길러보기 위해 3년 간 대밭 아래에서 천막을 치며 살았다. 그런데 대나무 밭 아래가 문제였다.

“대 밭 아래는 모든 습기가 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네나 각종 해충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했어요”

이후 김 대표는 5년 간 대나무 관련 농사를 지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그가 택한 건 란이다. 당시 한란부터 시작해 재기에 나섰지만 중국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에 관세가 많이 붙어 결국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모든 걸 접었다.

결국 그는 혈혈단신으로 지금의 남양주 의성난원으로 와 동양란을 심기 시작했다. 얼마 후 란을 사려는 도매상과 소비자들이 늘었고 그는 양재에 있는 란조합에도 납품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현재는 의성난원에서 자라나는 란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원칙을 세운 게 있다. 동양란을 절대적으로 이해라고 아끼는 사람에게만 판매한다는 상도덕이라고 할까.

그의 난원은 미래가 보장 돼 있다. 김 대표의 아들 김보한(32)씨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이미 농업대학을 졸업해 한경대에서 더 공부를 하고, 현재는 서울시립대에서 박사 과정에 있다. 화훼가 전문인데, 의성난원에서 자라는 동양란에 흠뻑 빠져 아직까지 장가도 가지 않는다며 김 대표는 종종 성화를 낸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아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느끼고 있다. 표현은 하지 않지만 아버지의 속 깊은 자식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에게 란은 아들 보한씨 만큼이나 자식 같은 존재다. 그래서 란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이런 그의 열정은 지역 사회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김 대표는 남양주시 화훼산업 발전을 위해 그 동안 많은 공헌을 했다. 우선 화훼농가의 단합과 정보, 기술교류를 위해 지난 2004년 2월 4일 남양주시 화훼연구회를 결성했다.

당시 그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정기 화훼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또 기술 교육 및 연찬회를 열었고 초대 화훼연구회 회장으로 봉사했다.

그의 난원 시설도 관심거리다. 전국 최대면적의 동양란 재배규모인 그의 난원에는 화훼에너지절감 시설을 설치했고 30여 농가에 이 기술을 전수했다. 또한 차광시설과 지하수 등을 이용하여 출하를 조절하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아들 보한씨는 이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또한 앞으로 그가 이 난원을 지속적으로 가꾸고 이어나가야 하는 사명을 부여 받았기에 더욱 어깨가 무겁다.

“아버지와 함께 매일 새벽 난원으로 출근해서 해질 무렵까지 란들이 자라나는 걸 보니 마음 속 뿌듯함과 함께 이곳이 앞으로 제 삶의 터전이자 남양주시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최고의 난원으로 키워야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찹니다”

아들 보한씨의 이런 다짐을 들은 김 대표는 말이 없다. 하지만 마음은 같을 것이다. 지난 날 힘들었던 기억과 현재의 행복한 순간, 그리고 이곳 의성난원에서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지금 얼마나 큰 기쁨 인지를 말이다. 의성난원: ☎(031)574-7605

“동양란 전시판매장 조성 최종목표”

- 동양란의 수요가 최근 늘고 있는데 연간 수입은 얼마나 되나.

▲ 조수익은 5억 원 되고 여러 가지 다 제외하면 순수 수입은 2억 원 남짓 된다. 중요한 건 의성난원에서 자라는 동양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동양란을 사는 건 생활 문화다. 앞으로 사람들의 여유가 더 생기면 많은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 남양주시나 경기도에선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나.

▲ 다양하다. 농업인들이 자립하고 병해충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제약 등 지원을 해주고 있다. 특히 남양주시의 목표가 유기농 도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 차원에서 현재 유기농사업기획단을 꾸려서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거든요. 저희 난원도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특히 남양주시는 그린농업대학 과정이 활성화 돼 이곳 난원으로도 교육생이 찾아와 농사나 식물 재배법 등을 배우고 갑니다.,

- 의성난원의 향후 운영계획은 무엇인가.

▲ 남양주시 축령산 일대에 부지를 매입했다. 거기에 면장의 협조를 받아 도로 등 기반 시설을 갖추고 이후 동양란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곳을 향후 3~4년 이내에 조성할 계획이다. 내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가 될 것 같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다고 본다. 전시 및 판매장이 완료되면 그곳에서 내 생애를 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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