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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집] 자연 속 본질적 아름다움 캐낸 언어의 광부

경기신문이 만난 사람 김동호 시인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한다기보다 철학자가 산책을 하듯 수리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연작시를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산을 오르며 보이는 사물들에 대해 읊다보니까 자꾸 시가 쓰여졌어요. 그만큼 수리산은 쓸거리가 많다는 것이겠죠”

김동호 시인은 군포를 대표하는 문인 중의 한 사람이며, 지난 40여년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서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온 원로교수다.

그의 시세계는 지적이며 철학적이다.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자연과 사람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자연에 숨은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캐내는 그는 언어의 광부이다. 수리산 자락에 살며, 군포의 자랑인 수리산을 테마로 100편 이상 연작시를 쓰고 있다.

올해에만 중앙지에 12편의 시를 발표하는 등, 76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김동호 시인. 지난 7월 13일 제2회 군포문학상을 수상한 그를 산본도서관에서 만났다.

-이번에 포럼 ‘전통과 미래’에서 선정한 제2회 군포문학상을 수상하셨는데.

▲학교를 정년퇴임하고 군포에서만 10년 이상 문학강의를 하며 후배를 양성한 점과 노익장, 다시 말해 연배가 있으면서 젊은이들 못지않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점이 인정받은 것 같다.

해도 중앙지에 12편의 시를 발표했고 가을에 시집을 출간할 생각인데, 다른 문인들에게도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인이라면 자기만의 창작세계에 몰입해서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군포에 정착한 후, 그는 매일같이 수리산을 오른다. 수리산의 나무와 들꽃, 곤충과 새들을 관찰하며 그들과 교감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이 그에겐 시의 소재가 된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그늘만 밟고 가요. 산책코스가 좋아서... 젊어서는 북한산, 도봉산 많이 다녔다. 남들처럼 건강을 위해 오르는 것은 아니고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뭐든지 즐거워서 하는 게 좋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 가면 오래된 역사와 문명, 자연이 잘 어우러져 있다. 네카강을 따라 철학자의 산책로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수백 년 동안 유명한 시인, 철학자들이 산책을 했다. 이러한 전통이 쌓여 훌륭한 학자, 문인들이 배출됐다. 수리산도 충분이 그런 가능성을 가진 곳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셨는데 어떻게 시 를 쓰게 되었는지.

▲학교에서 영미시를 가르치다 보니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됐다. 그러다가 40대 중반에 “현대시학”을 통해 데뷔했다.

처음 쓴 시가 ‘바다’라는 시다. 충청도 내륙에 살았던 나는 한 번도 바다를 본적이 없었다. 스무 살 때 처음으로 부산에 가서 바다를 보았는데 너무 신기했다. 모든 더러움과 오물을 수용하는 넒은 품이 인상적이었다. 시라는 것도 모든 오염을 치유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회정화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시의 사명이 아닐까?”(김동호 시인의 시는 숨을 쉬듯 자연스럽다. 고운말로 꾸미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그는 일부러 시를 쓰려고 작정하지 않는다.)

수리산을 오르거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한 잔 나누는 자리에서, 시인의 감각에 걸러진 사물들이 그대로 말을 하듯 시가 된다. 읽기에 편안한 시지만 그 속에는, 번득이는 지성과 물신숭배에 빠진 현대인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경구가 담겨있기도 하다.

-영향 받은 스승을 꼽는다면.

▲김구용시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시인으로서 시처럼 사신 분이다. 시작법을 배웠다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웠다.

그분은 동서양의 고전에 능통했던 분이다. 그분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생각난다. ‘시경’에 나오는 말인데, ‘낙이불음(樂而不淫), 즐겁되 탐닉하지 않는다, 중요한 말이죠. 즐거움이 지나쳐서 타락하고 추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라, 물질적인 풍요가 넘치는 요즈음 더욱 생각해야할 구절이 아닐까. 시는 이래야 한다.

과거 서울 수유리 북한산을 배경으로 만 30년을 살아온 그가 만년에 그곳을 떠나 수리산이 있는 군포로 이사온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는 남은 생 또한 수리산 자락에서 마칠 것이라고 한다.

-군포는 어떤 도시라 생각하며, 어떻게 됐으면 하고 바라는지.

▲군포는 소비향략도시가 아니다. 수리산에서 흐르는 기운 탓인지 학자나 문인,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지식인들이 대우받고 예술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줄 때 군포가 가장 빛나고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오히려 타 지역과의 차별화가 될 수 있다.

요즘 군포시가 ‘책 읽는 군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던데, 군포를 다른 도시보다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책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다. 선진국을 보면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지식이 많아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긴다. 책 속에 보석이 있다. 인류의 모든 보물이 책속에 묻혀있다.

(지난 10년 동안 수리샘문학회에서 강의를 통해 많은 제자 및 후배 문인들을 양성해 온 김동호 시인은 권위적이지 않고 젊은 후배들과도 격의 없이 잘 어울려, 많은 후진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원로문인으로 통한다.)

▲너무 잘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나대로 사는 것을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요. 후배 문인들을 보면 무조건 사랑스럽다. 좋아하는 마음은 전달되기 마련이니 그런 눈빛이 통한 게 아닐까 싶다.

-군포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군포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살아가면서 너무 돈을 추구하지 말고 멋스럽게 살았으면 한다. 돈이 없어도 멋있게 사는 사람 많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돈은 많아도 자신을 위하지 못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군포에는 정말 멋있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동호 시인은

충북 괴산 출생. 197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성균관 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정년퇴임 후 현재 동 대학교 명예교수. 1975년 첫 시집 “바다” 이후 “꽃”, “피뢰침 속에서”, “노자의 산”, “나는 네가 좋다” 등 다수의 시집 출간. 1998년 ‘성균 문학상’, 2007년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 2010년 제2회 군포문학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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