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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집] 도자기 본 고장 세계가 인정했다

이천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 선포식 첫발

 

인구 20만 규모의 작은 도시가 국제적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에 2년간 도전한 끝에 유네스코로부터 창의도시로 공식 지정받고 선포식을 개최해 화제다. 이천도자기축제를 24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이천시는 지난 7월 20일자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공예 및 민속예술분야)에 공식 가입됐다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명의의 서한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6일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서 1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 선포식을 열고 창의도시의 첫발을 내딛었다.<편집자 주>

이날 선포식에서 시는 창의도시 지정을 위한 그 동안의 경과를 보고하고 창의도시를 선포했다. 특히 이날 오케스트라와 대북공연 등의 축하공연으로 한국 최초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을 자축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제170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을 결의한 유네스코는 이번 이천시의 창의도시 지정으로 현재까지 17개국 25개 도시를 창의도시로 지정하고 있다. 에든버러(영국), 아이오와(미국), 볼로냐(이탈이아), 겐트(벨기에), 가나자와(일본), 베를린(독일), 몬트리올(캐나다), 상해(중국), 리옹(프랑스), 세비아(스페인) 등 대부분이 우리 국민들에게 익숙한 도시들이다. 이에 이천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지정됨으로써 앞으로 세계의 창의도시들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도시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자인프라 구축과 지역축제 내실운영 등 인정받아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복잡한 절차가 진행된다. 창의도시 지정을 원하는 도시가 유네스코 본부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면 본부로부터 1차 코멘트가 포함된 문서가 접수되고, 다시 1차 보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또다시 보완과 자문 절차가 뒤따른다. 이에 대한 모든 보완 작업을 마치고 최종신청서를 제출하면 유네스코 본부 심사와 세계 NGO대표들로 구성된 국제자문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발표하게 된다. 모든 신청 서류는 영문으로 작성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이천시는 많은 도자 예술인 및 관련 산업인구가 밀집돼 있는 도자 전문도시로서 이와 관련된 교육기관과 연구원을 포함한 도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점, 세계도자 비엔날레 및 도자기 축제 등 매년 개최되는 지역 축제가 내실 있게 운영되는 점, 전문적인 도자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갖추어져 있다는 점 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민속공예 도시 타이틀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이천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계기로, 한국 전통공예(도자)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세계의 다양한 도시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문화를 공유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천시에는 350여개의 요장이 분포돼 있고, 도자기축제를 비롯한 이천쌀, 산수유, 복숭아 등을 소재로 한 지역 특산물 축제가 매우 활성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지만 강한 도시의 저력을 보여준 ‘사건’

이번 이천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은 지역의 특성을 소재로 한 분야에 꾸준하게 집중해 성과를 이끌어낸 것으로서 국내 다른 지자체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천시는 수도권 변방에 위치한 20만 규모의 작은 도시로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지역의 정상적인 발전에 제한을 받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유치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소원이지만 규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천의 주민들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천시에서는 규제의 개선을 위한 노력과 병행해 각종 규제 속에서도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도시 발전 전략을 구상하던 중 도자 산업을 중심으로 문화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결정하고, 문화관광 산업 분야에 시정의 핵심 역량을 집중시켰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관광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형의 자산인 문화 산업으로 도시의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시정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 방침에 따라 시정구호를 ‘ART이천’으로 정하고, 문화도시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개최하는가 하면 수십년 이어오던 시 로고(CI)도 문화적 색채가 강한 느낌으로 바꿨다.

20만 도시 규모에 맞지 않는다는 주변의 지적을 무릅쓰고 1천2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건립해 공격적인 공연 유치 사업을 벌인 결과 개관 첫해부터 흥행에 성공하는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년 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이천시는 이 사업이 이천의 전략목표와 일치함을 깨닫고 곧바로 뛰어들었다.

시정 전략 기획팀인 비전프로젝트팀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협력 체제를 구축해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와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추진해 오다 이번에 국내외 여러 도시들의 경쟁을 물리치고 창의도시에 지정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작지만 강한 도시의 저력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주변 환경의 제약을 오히려 지역발전의 계기로 전환시킨 이천시의 사례는 지방자치시대에 각 지자체가 취해야 할 방향을 잡아가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천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을 전·후해 부산, 제주, 고양, 광주, 파주, 대구 등 많은 국내 지자체가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천시가 이번에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것은 그 자체로만 보면 대단한 일이지만 실질적 완성을 위해서는 이제부터 적절한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실질적 창의도시가 완성되려면 지금까지의 문화 인프라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몸으로만 뛰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이천시의 빈약한 재정으로 완성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보이지 않는 문화자산으로 세계의 벽을 넘은 이천의 사례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천시가 대한민국의 문화시범도시가 돼 국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변의 지원없이 작은 지자체에서 이룩한 세계적인 성취를 살리고 이를 거울삼아 다른 지자체가 배울 수 있는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달성한 성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국가적인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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