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표현 ‘자살’… 청소년들은 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어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도내 청소년 자살은 지난해 45명에 이르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여 교육계 안팎으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청소년 자살 문제의 원인과 예방책, 사회적 지원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김춘진(민주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2005~2009년 학생 자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08년(137명) 대비 47% 늘어난 202명이었으며, 경기지역에서는 45명으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5년간 자살한 도내 학생 수는 2005년 24명, 2006년 13명, 2007년 22명, 2008년 22명 등이다.
전국 현황에서 학교급별로는 고등학생이 140명(6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학생(56명·28%)과 초등학생(6명·3%) 순이었다.
▲ 청소년 자살 문제의 원인
지난해 국내 전체 자살 사망자는 1만4천579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자가 많았다. 특히 학생 자살자의 증가율(47%)이 전체 자살 사망자의 증가율(18.8%)보다 크게 높아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와 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 원인으로는 가정불화 및 가정문제가 34%(69명)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 13%(27명), 성적 비관 11%(23명), 이성 문제 6%(12명), 질병ㆍ신체결함 3%(7명), 폭력ㆍ집단괴롭힘 2%(4명)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평소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성적이 나쁘지 않아 자살의 사전 징후나 유서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학생도 59명(29%)이나 됐다.
김춘진 의원은 “학생들의 자살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교사, 학부모, 친구들도 자살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생명중시 풍토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교육적 차원에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청소년 자살은 충동성이 강해 순간적으로 이뤄지고, 동반 자살이나 모방 자살 사례가 많으며, 투신 등 사망 확률이 높은 자살 수단을 선택해 심각하다”며 “일선학교를 통한 예방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사회적 불안과 환경에 의한 피해 유발
전문가들은 사회 아노미적 현실에서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사회 불안으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이 혼란해지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소년들의 경우 사춘기를 겪으며 주변 환경과 연계해 현실을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 최경미(여) 사회복지사는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을 한 가지만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경우 가정과 학교에서의 생활적 어려움 등이 있고 친구 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가정 문제는 학교 상담교사와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고, 반대로 학교 문제를 가족들과 풀어갈 수도 있지만 양 쪽에서 해결이 안되는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이 많았던 것은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언론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유사한 자살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언론이 모방 자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노력 필요
도내 청소년 자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도교육청에서는 학생 자살 위기관리 대응팀을 구성하고 생명존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가정문제 등을 상담해주는 전문상담교사를 175명 두고 있으며 기간제 상담교사 100명, 인턴 교사 280명, 학부모 상담 자원봉사자 2천543명을 두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는 청소년상담센터와 자살예방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을 도와주며 생활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은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를 예방하는데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곧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자살 원인으로 가정불화와 성적 비관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많은 학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며 자녀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정책 또한 성적 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연일 억눌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에서 청소년들을 어떻게 육성하고 지도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미 사회복지사는 “자살 문제는 현 시기 청소년들의 어려움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며 “교사, 학부모 등 사회적인 관심과 함께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자살예방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