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만 되면 상·하수도 맨홀이나 아파트 오·폐수 처리장, 저장탱크 등 밀폐공간에서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으로 인한 질식재해가 반복된다. 최근 노동부에서 발표된 ‘10년간 전국 산업현장 질식재해자’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체 재해사망자 194명 중 40%가 넘는 82명이 6월부터 8월까지 재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에 질식사고가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이에 본지에서는 여름철 밀페작업 질식사고 유형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도내 여름철 밀페공간 질식 사고사례
지난 20일 오후 1시쯤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S아파트 정화조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인부 5명이 정화조 유독가스에 중독된 P(59)씨가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지고, H(54)씨 등 4명은 중태에 빠졌다.
이들은 모두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조사 드러났다.
또 지난달 28일 오후 6시 30쯤 용인시의 한 아파트 공사장 지하 환풍구에서 소방대원 L(39) 씨가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당시 소방대원 L씨는 지하 환풍구에 물이 차오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지하 10m 깊이의 환풍구에서 나오다 일산화탄소를 흡입, 중독되 사망했다.
이어 지난달 16일 용인시 소재 모 정화조 폐쇄공사 현장에서 정화조 내부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노동자 K(54)씨가 황화수소 중독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앞서 지난 5월 14일에도 평택시 돈사농장 정화조 내 배수작업 중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정화조 내에서 질식하자, 농장주와 아들이 구조를 위해 들어갔다가 4명 모두 질식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밀페공간 질식 사고원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산업안전공단)은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는 동안 맨홀·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은 고온으로 인해 미생물들의 활동이 왕성해져 산소부족 및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등 인체에 유해한 공기로 가득 찬 환경 조성이 쉽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같은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충분한 예방 없이 밀페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경고했다.
대한산업재해연구회 김칠현 연구원는 “밀폐공간 작업 시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과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등 유해 물질 자체 의한 화학적 질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김 연구원는 “한 사람이 의식을 잃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이 이어 들어 갈 경우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질식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질식이 몸속의 산소 결핍으로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밀폐 작업공간에 들어가기 전 사전 안전장비를 갖추고 충분한 사고 예방책이 마련된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주의사항을 따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원하수정화처리 업체의 한 관계자은 “작업현장이 안전모도 쓰기 버거울 정도로 워낙 협소하다 보니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 밀폐 작업중 안전장비 필수
이밖에 전문가들은 맨홀·정화조 등 밀폐공간 작업을 진행하는 업체의 경우 굉장히 열악한 곳이 많아 안전장비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작업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재해산업연구회 김동수 연구원는 “밀폐공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숨을 쉬는 거지만 작업을 진행하는 해당 업체나 발주처에서 관련 안전장비를 현실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부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부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대안책으로 현재 산업안전공단이 작업장 산소 측정기를 비롯해 안전장비 등을 업체에 대여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비대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작업 현장의 안전수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계 당국의 확실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
김 연구원“매년 10명씩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다가 사망하고 있다”며 “행정적 지도·감독을 통해 현장 안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질식재해 방지를 위한 3대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3대 안전수칙은 ▲작업 이전과 도중에 산소와 유해가스의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 전과 도중에 환기를 실시하며 ▲구조작업에 나설 때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이다.
노동부 김윤배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은 “여름철 맨홀, 정화조, 탱크내의 작업은 불충분한 환기로 인해 산소부족이나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 사망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름철에 보호장비 없이 밀폐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볏섬을 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정도로 위험하므로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