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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시민 다독왕’ 정재훈씨 가족의 책 이야기

가을은 마음을 파고드는 공허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계절이다.이런 때일수록 자연 속에서 진한 커피 향과 더불어 묵직한 책 한권 끼고 마음 그릇 가득 자연의 넉넉함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산을 오르는 사람들 못지않게 도서관을 찾아 오붓한 시간을 갖는 가족들도 부쩍 눈에 띄고 있다.그 가운데 군포시 산본도서관에서 지난 1년 간 1천800여권의 도서를 대출해 ‘책 읽는 가족, 시민 다독왕’을 수상한 정재훈(38·궁내동)씨와 그의 아내 이미선(36·여)씨, 아들 지우(7세·신흥초 병설 유치원)와, 딸 인경(4·여)양을 만나 책과 가까워진 특별한 방법을 들어 봤다.<편집자 주>

 

 


▲ 우리집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려면

일곱 살배기 또래들에 비해 키도 크고 의젓해 보이는 지우는 과학 학습 만화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혹시나 건성으로 읽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기특하게도 지우는 읽은 내용은 짧지만 거리낌 없는 설명을 해낸다.

만화 캐릭터에 푹 빠질 나이에 어떻게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됐을까?

지우는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껴졌는지 “어느새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배였어요”라고 말한다.

수시로 도서관에 들러 매 번 20권씩 책을 빌려 온다는 지우 엄마 이미선씨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과 세 살 터울인 두 자녀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을텐데 엄청난 독서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 비결은 무엇일까?

이 씨는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면 사실 저는 녹초가 돼 있지만 그래도 남편이나 저나 애들이 책을 좋아하니까, 더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거죠”라며 “중앙일보의 책꾸러기에 응모해서 1년 동안 지우의 이름으로 책을 받아 보기도 했어요”라고 말한다.

이어 “도서관에 없거나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책들은 인터넷 대여 싸이트에서 빌려 보기도 하고 서점에서 낱권으로 구입할 때도 많다”며 “한 번은 65권 짜리 전집 ‘EQ의 천재들’이라는 책을 빌려 보는데 두 달이나 기다린 적이 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의 기대를 보답이나 하듯 지우는 한참을 기다려 받은 65권 짜리 전집을 1주일 만에 다 읽어 버렸다.

또한 정재훈씨와 이미선씨 부부는 직접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아이들이 어려운 시사 용어에도 쉽게 익숙해 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찾느라 집 근처의 산본도서관은 물론 군포시 중앙도서관까지 내 집처럼 드나들며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 다니고 있다.

이렇게 여러 곳의 도서관을 다니다보니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실속있는 문화강좌들도 아이들이 꼭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아빠들의 롤모델 지우 아빠의 특별한 교육 철학

정재훈씨 가족은 1년에 참석하는 제사만도 15회가 될 정도로 가족간의 만남이 많다.

정씨는 지난 추석을 앞두고도 고향의 벌초일에 빠지지 않았다.

물론 정씨가 참석하는 모임에는 아이들도 함께 간다.

정씨는 “아이들이 집안 어른들을 자주 만나고, 인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절을 익히게 되고, 촌수는 물론 까다로운 절차까지 알게된다”며 “아이들에게는 어른들과 함께하는 이러한 경험이 최고로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정교육에 대해 말했다.

또한 정씨 부부는 아이들을 남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배우게 하려는 욕심보다는 부모가 어려서 살던 시골 집에서 며칠씩 지내면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느끼고 그런 추억을 오래 간직하도록 하고 있다.

3형제 중 장남으로 자란 정씨는 집안 어른들의 기대 때문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래서 정씨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 그 나이에 맞는 꿈을 키울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데 애쓰고 있다.

그는 아침 6시에 출근하고 밤 12시에 퇴근하는 바쁜 일과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이 부탁하는 자료가 있으면 밤 늦게라도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서 찾아 준다.

환경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한 정씨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인근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수리산 산림욕장, 과천의 국립 과학관 등을 자주 찾는다.

공룡에 열광하는 지우를 위해 공룡 박물관을 찾아 멀리 고성까지 다녀 온 적도있다.

정씨의 이러한 사랑과 정성을 알기라도 하는듯,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정씨의 아이들은 정씨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책을 읽어 달라거나 수다를 떨자고 조르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씨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정보들을 주기 위해서라도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한다.

▲ ‘책 읽는 부자(父子/富者)’ 3대 간다

지우는 야생화 도감을 들어 올리며 할아버지가 사 주신 책이라고 자랑 한다.

거실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지우의 책장에는 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은퇴하신 할아버지가 사 주신 책들도 꽤 꽂혀 있다.

지우의 할아버지는 은퇴 후 여가시간을 이용해 독서 도우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매 달 받은 수고비로 지우나 인경이가 볼 만한 책을 사다 주신다.

또 집에서 가까운 병목안이나 안양천에 지우, 인경이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것을 놓고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닐까?

정 씨의 남다른 책에 대한 애정이나 자녀 사랑이 그의 아버지인 지우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설이 있던가? 이제부터는 ‘책 읽는 부자(父子)는 3대 간다’ 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

치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살아 가는 우리의 자녀들과 함께 책 속에서 진정한 부자(富者)로 사는 비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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