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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37. 화성 진태농장 김종연 대표

성실로 지키는 버섯자주권 FTA 넘는 성공의 열쇠

가을의 끝무렵 진태농장(화성시 송산면 고포2리 463)은 고즈넉했다. 그 동안 버섯 관련 농업인들은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버섯을 주력 품종으로 하는 이 농장의 주인도 어찌 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농업인이리라 짐작했다. 우선 외모부터 그랬다. 특별할 것 없는 인상에 근육질로 다져진 단단한 몸은 한눈에도 그가 농사꾼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날 농장을 방문했을 때 김종연(48) 대표는 배지 원료 작업이 한창이었다. 버섯의 기본이자 최고 영양분인 배지에 쓰일 재료는 엄선해 사용한다.

병재배 방식을 도입한 그의 농장에는 느타리버섯용 병만 8천여 개가 배양실에 있었다. 버섯 생산량도 단연 최고다. 진태농장 느타리 버섯의 생육이 이처럼 좋은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액체종균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생산비와 접종 노력에 따른 비용 등을 절감했다. 우수한 맛과 높은 영양이 검증되면서 진태농장 버섯은 오산농협을 통해 지역의 60여개 학교에 급식용으로 공급되고 이다. 수익금은 곧바로 버섯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이런 그의 버섯 재배 방식은 결국 김 대표가 보여준 성실성을 통해 성공의 비결이 됐다.

지금까지만 보면 평범함 그 자체가 농장 곳곳에서 느껴졌지만 정작 그의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국내 버섯 산업에 대한 김 대표의 인식은 바로 버섯 자주권이다. 우리 농업인에 의해 길러진 버섯이 전 세계로 진출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외화 소득을 높이려면 버섯재배 농업인들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대표는 다가오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버섯 산업의 생존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걱정했다. 우선 버섯 농장을 운영하는데 따른 대내외적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현재 배지의 80%는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수입해 쓴다. 중국과 파키스탄산 미루나무톱밥 수요가 많다보니 가격도 올랐다. 이들을 먹고 자라나는 것이 버섯인데 결국 해외의 재료를 들여와 우리 땅에서 버섯을 길러 국산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실 자체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또 관료적 비효율의 대명사인 공무원 조직에 대한 섭섭함도 털어놨다. 버섯 재배실에 필요한 살균보일러 설치 건으로 관청에 찾아간 그는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 예산 부족이 이유라는 것인데 농업인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가장 걱정스러운 게 인건비다. 더욱이 3D업종 중 하나인 농장 일에 한국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100만원도 되지 않는 임금에 주야로 주말 없이 누가 근무하려 하겠는가. 결국은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쓸 수밖에 없다. 진태농장에도 피부와 눈 색깔이 다른 그들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들의 인건비가 걱정이다. 당장 농장 운영비가 해마다 오르는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가 버섯 농장의 운영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김 대표가 견딜 수 있는 건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김명배(87) 옹은 동네에서 농학박사라고 불릴 정도로 버섯은 물론이고 농사에 관한 일명 맥가이버로 통했다. 그런 아버지를 김 대표는 존경했다. 사실 그가 지금 버섯 농사를 짓는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버섯뿐만 아니다. 그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화성 송산 포도도 직접 재배하고 있다. 그가 인터뷰 도중 대접해준 송산포도즙차는 맛이 일품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말고 달콤한 맛에 쌓여있던 피로가 확 달아나는 것 같았다. 웬만한 자양강장제와는 비교가 안됐다.

그는 “버섯 농사가 아무리 어렵다 어렵대 해도 결국 성실함만 뒷받침해 준다면 힘든 상황도 너끈히 해결할 수 있다”며 “송산 포도를 함께 재배하다 보니 농장 운영도 훨씬 부담 없이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버섯 농사는 간단치 않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다. 다만 버섯이 커가는 모습과 그것을 먹고 행복해 하는 소비자들을 생각하며 보람을 느낀다면 즐거운 일이겠지만 대다수 농업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겠는가.

중요한 건 김 대표는 스스로도 인정하듯 자신은 농사꾼이라는 점이다. 그는 태어나서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고포2리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평생 친구이자 애인인 아내 김남옥(49)씨와 함께 신혼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고 두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고포2리에서 얻은 자연의 축복과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고포2리 땅은 원해 바다였는데 간척사업을 통해 이렇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라며 “바다에서 생명의 땅인 농사 터전으로 변모했지만 예전 망둥어를 잡으며 수영을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추억했다. 그의 10대 시절인 30년 전과 지금의 고포2리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정서는 여전히 그 때 그 시절 바다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버섯 재배 농업인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자녀들에게 힘든 버섯 농장 일을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버섯 재배가 생명과 꿈을 일궈 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실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문의: 진태농장 ☎(031)357-8700

※인터뷰

품종 혁신·재배기술 전수 자구책 모색

 

 


친환경재배로 맛·품질력 업그레이드

- 왜 버섯 산업이 위기인가.

▲ 국내외 여건이 불리하다. 경영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등유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 요인이 많다. 하지만 가격은 그대로다. 버섯 재배 농업인들도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 품종에 대한 혁신과 맛과 색깔 등 기능성 측면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 진태농장이 갖고 있는 대비책은 무엇인가.

▲ 친환경으로 가야한다. 현재 학교 급식 대상 학교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철저하게 맛과 품질로 화성 버섯의 품질을 높이겠다. 진태농장 느타리 버섯은 자타공인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버섯 재배 기술 전수에도 관심이 있다. 버섯을 재배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영한다.

- 앞으로 계획은.

▲ 늘 긴장하고 있다. 농사도 경영이다. 농업전문경영인으로 지난 2003년 선정됐지만 지역에서 버섯 농업인으로서 화성 송산 포도 재배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내, 자녀와 함께 진태농장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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