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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거리는 공포에 ‘숨죽인 孤島’

참혹했던 현장 인적 끊긴 채 적막깨는 대피 시험방송
軍훈련 따른 北위협소식에 ‘또 도발’ 우려 주민들 불안

 

□ <현장르포>‘사격훈련’ 앞둔 연평도 표정

이르면 20일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반드시 강행할 것이라는 군당국의 발표가 있은 후 19일 오전 연평도는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17일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인 연평도는 눈보라치는 추위보다도 더욱 한기를 느끼는 듯 했다.

19일 인천으로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한 선착장에는 평소처럼 많은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안개가 자욱한 바다는 적막감을 더해주기만 했다. 인천으로 떠나는 배에 오른 10여명의 연평도 주민들 가운데는 20일에 있을 추곡수매에 참가하러 잠깐 들렀던 사람과 인천에 대피중인 가족들로부터 “빨리 빠져나와라”는 성화에 못 이겨 연평도를 떠나는 이들이었다. 연평도에서 만난 차상익 할아버지(74)는 20일 있을 공공비축미 공매를 위해 연평도를 찾았다며 수매가 끝나면 인천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인천행 여객선이 떠난 연평도는 다시 깊은 적막 속으로 빠져들어 인적은 간 데 없고 훈련을 준비중인 해병대원들의 순찰을 경계하는 모습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포격으로 검게 탄 지붕과 깨진 창문 위에는 하얀 눈이 아직도 소복히 쌓인데다 포격의 흔적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개짓는 소리와 면사무소의 대피를 알리는 시험방송만이 적막을 깨며 들릴 뿐 긴장감이 감돌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북한군이 “연평도 사격 훈련을 강행할 경우 지난 11월23일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밤이 깊어갈수록 섬 전체를 휘감은 긴장감에 칼바람보다도 더한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7일부터 경기신문 취재진이 묵은 민박집에는 반찬은커녕 밥해 먹을 가재도구조차 변변히 없는 상태였다. 음식점들은 문이 굳게 닫혔고 민박집 역시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아 투숙객들이 부식을 준비해와야 하는 상황이다. 편의점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치워놓아 먹을 것조차 없는 동토의 땅이 돼버렸다. 실제로 돌아본 연평도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민박집 주인 김모씨는 “11월 23일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군의 해상사격훈련발표로 또다시 북한의 도발이 우려된다”며 “불안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평도에서 농사와 토목 일을 하는 김모씨(61)는 “북한의 위협이나 강대국의 간섭에 휘말리지 말고 정당한 사격훈련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90여명의 주민들만이 남아있는 연평도. 사격훈련을 앞두고 생각조차 싫은 북한군의 끔찍했던 도발의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해 하면서도 면사무소와 군이 대피소를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아있는 주민들 역시 생수와 라면 등 비상식량을 준비하고 응급구호물품을 챙기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평도 주민들은 언제 시작될 지 모르는 사격훈련에 오늘도 또 다시 불안감에 기약없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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