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월급이 3달째 밀리면서 고향갈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회사 경영난으로 임금이 체불되거나 고의적으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악덕 업주들로 인해 도내 근로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안양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A씨. 그는 이번 설은 강원도 원주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뵐 엄두가 나지 않는다.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3달째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체불 금액만 600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기는 했지만 어린 딸과 아내의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이제는 벅 찰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사측이 회사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다.
A씨는 “설을 맞아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딸아이에게 명절맞이 예쁜옷을 사입히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고향에 내려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며 “부모님과 가족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임금을 받지 못한 다른 동료들도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날씨도 추운데 임금까지 체불되면서 마음에도 한파가 몰아닥쳤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경영난으로 인해 회사 직원 80여명의 3달째 급여 4억8천여만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임금이 체불된 도내 사업장은 모두 2만7천여 곳에 6만7천200여명이며, 신고된 체불액은 이달 기준으로 3천61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도와 고용노동부는 서민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다음달 1일까지 체불 임금 집중지도기간을 운영해 체불 임금 납부를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체불 임금 지불 능력이 없는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쓸쓸한 설을 보내야 하는 도내 근로자들의 시름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