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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감을 구해야 할 텐데…

[현장르포] 수원 조원동 인력시장을 가다
영하 14도 혹한 속 일용직노동자 180여명 ‘번호표’ 대기
“일주일째 허탕… 설날이 코앞인데 그저 막막” 짙은 한숨
“사람 느는데 일감 줄어 절반 가량만 연결&

 

“사무실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로또에 당첨된 것 같다니까요!” 수원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4.1도에 머물며 혹한으로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18일 오전 5시 수원시 조원동의 한 인력사무실 앞에서 만난 노동자의 자조섞인 전언이다.

이미 인력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무실로 들어섰다.

곧 100여㎡ 정도 되는 인력사무실이 구직자 180여명으로 꽉 찼다. 이들은 곧바로 일감을 받기 위해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 받았다.

이날 일거리를 받은 사람은 120여명. ‘행운아’인 이들은 오전 5시 40분부터 순서대로 이름이 불러져 하나 둘씩 구인업체에서 보낸 승합차를 타고 일터로 떠났다.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가게 된 김모(44)씨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때가 이 순간이다. 꼭 로또 당첨된 것 같다”며 “하지만 남은 사람들을 생각해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처럼 이런 행운을 잡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얼마 전 실직한 김모(28)씨는 “최근 경기침체로 회사가 부도가 나서 새벽 인력시장을 찾았다”며 “일용직 노동이라도 해야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이는 최근 건물을 지어도 분양조차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신규 공사를 대폭 축소했고, 덩달아 전기와 도배 등 하청업체의 일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년 같으면 10명 중 8명은 일거리를 찾았지만 지금은 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일주일째 허탕을 쳤다는 박모(49)씨는 “한 달 동안 일감을 받아 본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곧 다가올 설에 떡국 한그릇 먹으며 가족과 따뜻하게 보내려면 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모(53)씨도 “경기가 나빠진 탓인지 인력시장에 20∼30대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더불어 중국인까지 넘쳐나, 우리 같은 40∼50대는 일감 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력사무실에서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는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작년만 해도 인력소에 찾아오는 인원은 다 소화했는데, 현재는 50~60%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매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인부를 찾는 업체는 적은 것을 보면 이번 겨울은 무척 춥고 길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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