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와 폭설, 잇따른 유가상승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시설재배 농가는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고, 이는 물가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창궐한 구제역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원자재와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관련 기업들의 부담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에 본보는 ‘경제적 한파’로 인해 이중고를 겪는 시설재배 농가와 전통시장, 중소기업인들의 실상을 들여다 봤다.
①시설재배농가 ‘빈사 상태’
②전통시장 고객 발길 뚝
③수출·제조업체 경영 위기
올겨울 잦은 폭설과 고유가로 비닐하우스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난방용 면세유가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ℓ당 800~900선이었지만 올 들어 1천원을 돌파해 원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농가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24일 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도내 시설하우스 면적은 5천700㏊에 1만 2천 농가가 화훼와 채소 등 작목을 재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겨울철 25도 이상 기온을 유지해야 하는 베고니아와 호접란, 장미 등 화훼 품종은 고온성 식물로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농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양시 화훼 수출단지에 입주한 46개 시설 재배 농가의 경우 전년 대비 난방비가 30% 이상 급등하면서 전기온풍기로 대체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이 단지에 입주한 A농장의 경우 4천㎡ 규모에 월 평균 난방비용이 1천300만 원 수준으로 전년도 1천만 원과 비교해 300만원이 증가했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 농장주 이 모(54) 씨는 등유 난방기를 끄고 전기 온풍기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난방비 40%를 줄였다. 심지어 인근 B농장의 경우 난방비 부담에 견디다 못해 적정 온도보다 2~3도 낮추면서 출하시기가 늦어지는 등 생육 부진에 따른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3일 기준 7.0㎝ 가량의 적설량을 기록한 남양주시 일대 시설 채소농가의 경우 올 겨울 잦은 한파에 낮은 산지 가격으로 인해 오히려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상추와 치커리, 청경채 등 신선채소 같은 엽채류를 재배하는 시설 농가들은 잦은 폭설 때문에 식물 생육 부진과 난방비 부담 등 이중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급등하는 도·소매가와는 달리 신선 채소 산지 가격은 전년 대비 50%까지 떨어지고 구제역 여파로 채소 소비 시장 역시 위축 돼 농가들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시설 채소 농가를 운영 중인 김 모(62) 씨는 “매월 난방 등유 2천ℓ와 인건비 등 각종 운영 경비를 제외하면 실소득은 마이너스”라며 “올해처럼 농사 짓기 힘들다고 느낀 건 처음”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