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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감각, 명품 의지로 메워요

[현장르포] 고용부 인증 사회적 기업‘구두만드는풍경’을 가다
청각장애 근로자 등 12명 근무 ‘희망의 일터’
수화로 작업 소통 일반인 못지않은 손놀림
“품질로써 인정받는 수제화 제작 노력” 다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남의 도움만 받거나 수혜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당당한 구두제작 기술자라고 불리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2시.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구두만드는풍경’ 작업장에는 점심시간을 마친 근로자들이 분주히 오후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11종의 수제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이곳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 받은 ‘사회적 기업’으로 청각장애인인 근로자 7명과 기술자 1명, 수화통역자 1명, 사회복지사 3명 등 모두 12명이 근무하는 작은 공장이다.

40여년 동안 구두작업을 해온 기술자 백상현(56) 씨가 구두 앞코와 힐 부분을 고정하는 세밀한 기계작업에 대해 설명하자, 수화를 통해 지시를 받은 청각장애인근로자들은 일반인 못지않은 분주한 손놀림을 선보이며 수제 구두를 제작했다.

지난 2009년 12월, 구두제작에 필요한 모든 생산시스템을 완료하고 지난해 3월 31일 정식으로 개업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석영 관장은 “타인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사회적으로 소외받기 쉬운 청각장애인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구두공장을 설립하게 됐다”며 공장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을 통해 1억원을 지원받아 설비를 갖춘 뒤 나머지 부분은 수익 창출을 통해 운영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확실한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한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를 비롯해 여러 곳을 찾아 기획판매를 실시하는 등 발품을 판 끝에 입소문을 통해 직접 공장까지 찾아와 구두를 맞추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올해는 한 쇼핑몰 업체와 계약을 추진,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하는 수제화의 이름은 ‘AGIO’. 이탈리아어로 ‘편함’, ‘안락’이라는 뜻으로 이 곳에서 제작한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처음 신었을 때 편안한 느낌을 주겠다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들의 의지가 통한 듯 이곳에서 만든 구두를 신어본 사람들은 모두 처음 신은 구두인데도 오랫동안 신은 것처럼 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 관장은 “이들이 잃어버린 것은 단지 한, 두 가지 감각일 뿐”이라며 “장애라는 편견 없이 이들의 능력이 존중받고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따듯한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직접 신어보고 만족할 수 있는 품질로써 인정받는 명품 수제화를 제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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