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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들리는가? 대초원에 깃든 제국의 함성

한반도 7배 넘는 156만㎢ 광활한 국토
인구 한국 20분의1 불과 300만명 수준
자원 풍부하지만 산업기반 없어 빈곤

 

<사진부 이준성 기자 카메라에 잡힌 ‘몽골’>

칼 한 자루를 들고 말과 함께 드넓은 초원을 누비며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몽골인. 그 찬란한 영광의 자취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156만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으로 한반도보다 7배 이상 넓은 국토를 자랑하지만, 인구는 약 300만 명으로 고작 대한민국 인구의 20분의 1정도이다. 인구밀도도 아주 낮아 몽골 전체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한다는 수도 울란바타르(Ulaanbaatar)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종종 혼자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라늄, 철, 석탄 등 지하자원의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분지의 형태를 띠고 있는 몽골은 항만이 없어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통해야 하는데 수출하는 비용이 더 들어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이렇다 할 특화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몽골은 외국기업이나 국가의 투자유치, 그리고 관광 사업에만 의존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국민들의 생활권은 ‘빈곤’ 그 자체이다. 흉물로 전락한 짓다 만 건물, 시내한켠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낡은 게르(원형모형의 몽골식 전통 가옥)촌, 마치 한국전쟁 직후의 우리의 모습을 연상시키듯 관광객들만 보이면 어김없이 달려와 “Give me one dollar!”를 외치는 길거리 아이들의 모습은 몽골의 현 사정을 그대로 대변해 준다.

하지만 1950년대 동유럽풍의 잿빛거리는 여행자에게 잔뜩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련된 상점은 찾아볼 수 없고 눈에 익은 다국적 체인 레스토랑도 별로 없다. 우리의 주변에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거의 없는 이곳에 머물다 보면 낮설다 못해 무언지 모를 ‘일탈감’에 젖어들다 그것이 ‘희열감’으로 뒤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안겨준다. 너무 조용하다고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 이곳에서 여행자는 거리의 적막함마저 센티멘털리즘(sentimentalism)으로 바꿀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으니까.

몽골여행을 하면서 한국인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은 바로 몽골인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민족애(愛)일 것이다. 한국을 무지개를 뜻하는 몽골어 ‘솔롱고’를 붙여 무지개가 뜨는 나라 즉 ‘솔롱고스’라 칭하는 몽골인들은 한국인들도 가지고 있는 몽골반점과 함께 신기하리만치 닮은 외모를 들며 한국인과 몽골인들은 같은 민족이며, 형제라 여긴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몽골에 가면 중국인, 일본인에 비해 큰 환대를 받는다. 그렇다고 여행자의 어설픈 객기는 금물. 떠돌이 유목생활을 하면서도 세계를 지배했던 민족의 후예답게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손님을 맞이하지는 않으니…

수도 울란바타르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가 늘상 교과서에서 듣고 배웠던 위대한 유목민족의 몽골과 몽골인들은 이제는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화려했던 제국의 영광은 이제 전설 속에서 희미하게 남아 있고 사회주의자들은 그들의 위대한 역사마저 지우려 노력한 흔적들만 곳곳에 남아있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파란만장한 역사까지 애써 공부하고 비교하려 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몽골을 받아들이며 여행을 하다보면 몽골인들의 순박한 미소 뒤에 영웅의 부활을 읽을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우리가 느끼는 몽골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희망과 사랑의 숲 만들어 형제의 나라 ‘솔롱고스’ 위상 드높인다

 

(솔롱고스: 무지개가 뜨는 나라- 한국)

 

시원한 바람이 부는 몽골의 초원 한 복판에 가만히 눈을 감고 과거 칭기스칸의 기마부대가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사타구니부터 아랫배까지가 간질간질 하다. 몽골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드넓은 초원이다. 초록색은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색상이며 삶과 생명력 또한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도와주는 색상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이 몽골에 첫발을 디디면 가장먼저 반기는 것이 바로 이 초록빛 초원이다. 그 동안 네온싸인이 즐비한 도심의 자극적인 색상들을 보면서 동공을 혹사시켰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황량하기만한 초록에 심심하다 못해 당황할 지경까지 간다. 눈에 걸리는 장애물도 없다. 저 멀리 낮은 구릉과 초원, 그리고 드높은 하늘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초록빛 초원과 눈이 시리도록 펼쳐진 파란하늘과 하얀구름은 입가에 저절로 엷은 미소가 가득해 질 정도로 우리에게 큰 행복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초원이 사라지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몽골은 국토 총 면적의 40%만이 사막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무분별한 글로벌 경제성장이 빚어낸 지구의 온난화와 자정능력을 상실케한 산림파괴 등의 이유로 사막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몽골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몽골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7.5배에 이르는 국토의 약 90%가 사막화지역으로 변했다. 그리고 최근 10여년 사이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건조화의 영향으로 약 850개의 강과 1200여개의 호수가 사라졌다. 몽골 학자들은 이러한 급속한 환경 악재로 인해 동북아시아 황사 발생량의 50%가 몽골에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몽골은 재정적 어려움과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이러한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작년 수원시가 한 가지 방안을 내놓았는데, 바로 황사발원지를 초원으로 되돌려 놓자는 발상이었다. 몽골의 점점 늘어가는 사막화를 방지하고,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광활한 사막지역에 나무를 심어 녹색의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게 할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시키자는 방안이다. 수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황사 발생의 원인은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며, 선진국과 함께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발생되는 지구온난화의 주된 영향으로,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수원시에서 먼저 몽골 사막화 방지와 황사 저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환경문제에 참여하고자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올해 초 ‘휴먼 몽골 사업단’ 창립총회와 발족식을 갖고 시민과 정부 간 공동 협력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으며, 사업은 몽골 튜브 아이막 에르덴 지역으로, 몽골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산림이 풍부했는데 땅이 건조해지면서 사막이 점 처럼 나타나는 ‘점사막’이 급속히 형성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와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수원시와 휴먼 몽골 사업단은 1차적으로 지난 5월 10만 제곱미터 면적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총 1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사업 추진은 112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몽골 현지사업장에 급수를 위한 관정개발과 저수조, 울타리 등을 조성하는데, 몽골에 심어질 나무는 포플러 1천 그루, 비술나무 2천 그루, 버드나무 1천 그루, 차차르간(비타민나무) 6천 그루 등으로 척박한 몽골 현지에서도 7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는 수종들이다.

특히 차차르간 나무는 열매가 고가로 거래되는 수종으로, 심은 뒤 3~4년 후에는 수확이 가능해 몽골 현지인들의 수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높아 토사유실 방지와 토양 개량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수원시 녹지과 이종봉 푸른조경팀장은 “다가오는 9월 지난 5월에 심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차 현장에 실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며, 어느정도 사업이 안정화가 되면 민간 사업단이 사업을 주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와 휴먼 몽골사업단은 나무심기 뿐 아니라 몽골 주민들에게 생필품 등을 전달하거나 학교등지에 운동기구 설치 등 다양한 문화적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사업은 단순히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가 아닌, 사랑이란 씨앗을 심어 여러 어려움 속에 난항을 겪고 있는 300만 몽골인들에게 희망이라는 열매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이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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