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유튜브를 즐길 때면 유사한 제품과 비슷한 영상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결정장애를 앓는다. 그럴 때마다 처음에는 ‘참 편리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고르기 시작하지만 점점 인터넷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누군가 나를 지켜보며 조종하는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우리는 자녀에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를 ‘취향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고 믿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소비할지 선택하는 주체는 언제나 ‘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 믿음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추천 목록, 유튜브의 자동 재생, 쇼핑 플랫폼의 개인화 광고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과연 얼마나 자율적인가?
추천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약속한다. 수많은 콘텐츠와 상품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아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원한다’는 감각 자체가 알고리즘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의 클릭이나 시청 기록에 기반해 제시된 목록을 접하며 “역시 내 취향이야”라고 말하지만, 그 취향은 이미 데이터로 환원된 과거의 나를 반복 재생하는 구조 속에서 강화된 결과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취향은 탐색이 아니라 반복적인 루틴이 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되며, 그 결과는 익숙함의 강화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색다르고 신선한 의미 있는 콘텐츠는 점점 주변으로 밀려난다. 우리는 점점 더 ‘좋아할 만한 것’만 접하고, 결국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취향이 확장되기보다 수렴되고 축소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자율성에 대한 착각을 낳게 한다는 데 있다. 선택지가 제시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설계된 경로 위에 놓여 있음에도, 그 선택을 자신의 의지로 착각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판단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보의 편식은 세계 인식의 편향으로 이어지고, 결국 개인은 자신이 구성한 세계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편집한 세계 속에 살게 된다.
물론 알고리즘 자체를 악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그것은 효율성과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지나친 상업성에 기반 한 중독성 강한 알고리즘과 그것에 대한 무비판적 의존이다. 우리는 추천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것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낯선 것을 선택하고, 이색적인 콘텐츠를 즐기며, 스스로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 전반을 지배하면서, 인간이 알고리즘에 길들여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반면, 선택의 폭을 은밀히 제한하고 사고의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이면이 있다. 특히 추천 시스템과 맞춤형 콘텐츠는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최적화되어, 결국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염려한 EU 국가 등 여러 나라들은 알고리즘 규제의 법제화 및 아동청소년 인증 후 SNS 사용 등의 법적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규제의 사각지대에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적정한 규제의 선을 연구하고 국제 규준에 맞는 발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