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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7세기 수녀의 봉인된 증언 '수년원 스캔들'

근대초 유럽 동성애 재구성

수녀원 스캔들

주디스 브라운 글|임병철 옮김 330쪽|1만5천500원.

1623년 이탈리아 페샤의 한 수녀회.

수녀원장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교황 대사는 어린 수녀의 증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자리했던 필경사는 글로 옮길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는 여러 차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다음과 같은 증언 기록을 남겼다.

“거듭되는 두 해 동안 적어도 한 주에 세 차례 저녁이면 이 수녀 베네데타는 옷을 벗고 침대로 가서 룸메이트가 옷을 벗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거짓으로 그녀를 필요한 체하며, 그녀를 부르곤 했다. 바르톨로메아가 오면 베네데타는 팔로 그녀를 잡고 강제로 침대에 넘어뜨렸다. 그녀를 안으면서 베네데타는 자신 아래에 그녀를 눕혔다. 그리고 마치 스스로가 남자인 것처럼 그녀에게 키스하며 사랑의 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 위에서 많은 자극을 주어 둘은 타락에 빠졌다. 따라서 베네데타는 때로는 한 시간, 때로는 두 시간, 또 때로는 세 시간 동안 강제로 그녀를 소유했다”

이 증언 속 주인공은 신비주의자로 가장했지만 결국은 부정한 여인으로 판명된 페샤의 테아티노회 수녀원장, 벨라노 출신의 베네데타 까를리니에 대한 재판과 관련된 문서에 봉인된다.

그로부터 몇 세기 후. 20세기의 한 역사학자가 이 봉인된 문서를 열어 17세기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추적한다.

오늘의 우리 앞에 그 부정한 여인을 다시 세운 이는 주디 브라운(Judith C. Brown.) 그녀는 피렌체 국립문서보관소의 자료를 살피던 중 저 한 줄의 문서 제목에 이끌려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한복판에 선다.

성모 수녀회 수녀원장 베네데타 까를리니가 경험한 환영과 신비한 주장에 대해 1619년에서 1623년 사이에 이루어진 심문에 관한 100쪽 가량의 기록은 그렇게 역사학자 주디 브라운의 손에서 ’수녀원 스캔들’로 재구성됐다.

이 책은 종교적 환영을 체험했던 한 수녀가 겪은 삶의 부침에 관한 일화이며, 동시에 근대 초 유럽 역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여성 동성애와 관련된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 책은 17세기 이탈리아 수녀원과 수녀들의 삶,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과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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