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한 자격기준이 모호해 자질 검증도 제대로 안된 인물에게 원생들을 맡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수원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지난해 7개월간 원장 행세를 하며 1천50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가 적발되는 부정을 저지르고도 최근 원장 자격을 취득해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경기도교육청과 수원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수원시 영통구의 A사립유치원 설립자 B씨는 지난해 말 C교사와 D직원에게 각각 원장, 이사장 행세를 하도록 해 인건비를 주다가 적발됐다.
C씨는 지난해 3~9월까지 원장 자격 없이 원장 행세를 하며 수당 1천570만원을 부당 수령해 환급 조치됐고, D씨는 2년여간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 이사장 인건비로 2억2천30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가 환급했다.
도교육청은 당시 설립자 B씨에 대해 경고 처분만 내리고 C, D씨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C씨는 올 5월 원장 자격을 취득해 A사립유치원의 원장을 맡게 됐다.
규정을 어기고 원장 행세를 하며 수당을 챙긴 교사가 원장 자격을 취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않았던 것은 현 제도의 취약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교원자격검정 실무편람에 의하면 유치원장 자격기준은 원감자격증을 취득한 후 3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소정의 재교육을 받은 자거나 전문대 이상의 학력과 3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갖고 학식·덕망이 높은 인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에는 원감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대부분 후자의 방식으로 원장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으며 C씨 또한 후자 방식으로 취득했다.
지역교육지원청은 원장 자격 신청자의 관련 서류와 신원조회 등을 확인한 후 도교육청에 추천하고, 도교육청은 서류 심사를 거쳐 자격을 준다.
사실상 학력과 경력만 있어도 원장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보니 이들의 인성과 교육철학, 실무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성향과 기준에 따라 원장을 채용하고 있어 자질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별다른 조건 없이 원장 자격을 부여하다보니 사립유치원의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자격기준이 가벼워 어린 사람도 원장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규정상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증을 받은 자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고 있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학력, 경력이 있으면 원장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