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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제왕 ‘백령도 물범’ 보호 한마음

한강유역환경청 물범 생태탐사

한강유역환경청은 초겨울 추위 속에 백령도 물범을 찾아 생태탐사를 떠났다. 천연기념물 제331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물범은 11월경 약 1천㎞를 헤엄쳐 북상, 발해만(보하이만)과 요동만(랴오뚱만)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한 마리 새끼를 낳은 후 다음해 3월경 다시 백령도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일생동안 30번 정도 백령도와 중국을 오가는 회유여행을 한다. 한강유역환경청의 물범 개체 수 확인을 위한 탐사 경로를 FL환경안보아카데미 JG진 원장이 동행해 글을 보내왔다. 탐사는 물범의 주요 서식지 4곳을 위주로 이뤄졌다.

 

 

 

▲ 물범바위

백령도의 초겨울은 물범의 출산여행과 더불어 시작된다. 11월의 어느 날 오후 차가운 갯바람이 귓전을 때린다. 장장 4시간에 걸친 항해 끝에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간단한 점심을 하고 다시 어선에 몸을 실었다. 가장 많은 물범이 쉰다는 물범바위를 향하는 길. 바닷가 단애 습곡과 판상절리가 이채롭다. 그러나 자연을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박이물범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급해서였다.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어선에 옮겨 타고 바다를 가르며 달려가기를 10여분. 저 멀리 수면 위로 널찍한 바위가 길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400mm 망원렌즈로 들여다보니 점박이물범이 배를 깔고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앙증맞다. 배가 다가가자 큼직한 눈으로 우리 일행을 빤히 쳐다본다. 어쩌다 손이라도 움직이면 깜짝 놀라 첨벙첨벙 물속으로 뛰어든다. 머리만 물 밖에 내놓고 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물범은 소리와 움직임에 민감하다. 모두 합해 61마리다.

바위에 느긋하게 드러누운 물범 뒤로 군함이 지나간다. 군함 뒤편이 북한의 장산반도니까 아마 그 사이에 북방한계선(NLL)이 지나갈 것이다. 남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양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물범이 부러워 보인다.

▲ 하늬바다

백령도 북동쪽에 위치해 있어 북한과 가까운 하늬바다 중간에 물범바위가 있다. 하늬바람은 서풍을 가리키는데 이곳에 서풍이 많이 불어서 하늬바다인가? 일렁이는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는 물체가 시선을 끈다. 이 역시 점박이물범이다. 한강유역환경청 구미연 주무관은 “물범이 거센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20㎞ 정도 떨어진 북한의 기린도와 이곳을 왕래한다”고 말했다. 물범바위와 하늬바다에는 쥐노래미, 우럭, 꽃게, 까나리 등 먹이가 풍부해 물범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하늬바다를 유영하는 물범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만 23마리였다.

이곳은 우리의 최북단 영토 백령도다. 또한 우리의 최동단 영토는 독도다. 두 곳은 각각 북한과 일본의 침탈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유사한 두 섬 중 백령도에는 물범이 서식하고 있고, 독도에는 한때 강치(sea lion)가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백령도 물범과 독도의 강치는 어떻게 다른가? 독도의 강치는 물개과로 귓바퀴가 있고 목이 길어 몸을 곧추세울 수 있는 반면, 물범과에 속하는 백령도의 물범은 귓바퀴가 거의 없고 목이 짧다.

물범의 개체수 확인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한 개체수를 세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어민들의 목격담에 의존하는 현지주민 청문(聽聞)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물범바위와 하늬바다에서 직접 목격한 물범만 족히 84개체에 이른다.

▲ 연봉바위

북한 장산곶 인근에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가 있다고 한다. 그곳은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처럼 물살이 세다는 의미다. 그 인근 바다 한 가운데에 심청이 연꽃으로 환생했다는 연봉바위가 파도에 맞서 싸우고 있다. 날이 밝자마자 우리는 다시 어선에 몸을 싣고 연봉바위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갔다. 아침바다는 살을 에이는 바람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연봉바위 주변 조그마한 바위에 물범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 접안렌즈에 비친다. 배의 시동을 끄고 조류가 이끄는 대로 서서히 물범을 향해 다가갔다. 커다란 눈을 번득이며 몸을 틀어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에게 아마도 우리는 한낱 구경거리였을지도 모른다. 우리 배의 선장은 친절하게도 “짙은 갈색은 수컷이고 연한 갈색은 암컷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봉바위 중간에는 물이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조금 짜긴 하지만 먹을 수 있어요”라면서 심청전의 기적을 믿는 듯 말을 이어간다. 연봉바위 주변의 물범은 총 95개체였다.

▲ 콩돌해안

콩돌해안으로 가기 전 지난해 북한에 의해 침몰했던 천안함 폭침현장을 지난다. 천안함 46용사에게 깊은 묵념을 올리며 그곳을 천천히 빠져 나갔다. 저 멀리 기괴한 바위가 보인다. 중간이 뻥 뚫린 바위는 말 그대로 창문바위다. 너무 신기해 카메라 셔터에 연신 손을 가져가는데 저쪽 물결에 검은 점 하나가 떠다닌다.

다시 빠른 속도로 배가 달린다. 콩돌해안 오른쪽 현무암 바위로 이뤄진 해안가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곳에 다시 물범 2마리가 우리 배 앞에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우리를 놀리고 있다. 물범은 바다에 살지만 폐와 코로 숨 쉬는 해양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잠수했다가도 반드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그래서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바위에 올라와 휴식을 취하며 거친 숨을 고르는 것이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개체수를 확인해 왔다. 최초 탐사에서 75마리가 확인된 이후 2008년 봄에는 130여 마리가 기록되었다. 그 이후 2009년에는 50여 마리, 2010년에는 60여 마리가 확인되어 개체수가 급감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 2011년 가을탐사에서는 총 182마리를 확인해 대략 190여 마리를 직접 목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총 300여 마리가 백령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향후 과제

물범바위와 약 2㎞ 떨어진 곳에 용기포 신항만이 건설됐다. 환경적으로 물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 개체수 감소의 원인이 될 것으로 믿었다. 금년 물범 개체수 확인결과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신항만이 물범 서식지와 상당거리 이격돼 있어 물범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항로지정 등 물범 서식지를 우회하는 보호대책이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물범의 주요 서식지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도록 안전하게 지켜줄 대책이 필요하다.

물범은 매년 겨울 두꺼운 얼음이 생기는 중국의 요동만(遼東灣, 랴오뚱)으로 출산여행을 떠나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다시 백령도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중군 발해만의 해양오염과 중국인들의 밀렵으로 많은 물범이 희생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3월 얼마나 많은 물범이 백령도로 되돌아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의 해양오염과 밀렵 방지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리 김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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