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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riculture] 장옥기 고향(愛)대표

32대 종갓집 며느리 장옥기 대표의 손맛
고향愛 전통장 국민 입맛 사로 잡는다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간장 제조에 안성농산물만 고집
누에, 해초 가미된 실크된장 일품

글·사진 | 이창남기자 argus61@kgnews.co.kr

안 성맞춤 브랜드 고향(愛) 전통장 장옥기(59)대표는 안성은 물론이고 경기도의 자랑거리다.

고향(愛)에서 나오는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 간장이 구전을 통해 전국으로 시시각각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까다롭기로 소문난 학교급식에도 고향(愛)의 장이 주말을 뺀 1년 365일 공급 돼 어린 꿈나무들의 생육과 건강을 돕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장이라고 하면 안성을 떠올리고 경기도를 연상하는 사람들도 근래 들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 소문의 진상이 어떤지 장 대표가 머무르는 안성시 공도읍 용두리 225로 차를 몰고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대형 항아리들이다.

고향(愛)가 새겨진 바위 비석 앞 뒤로 장 대표가 7년 가까이 숙성시킨 장을 담근 항아리 수 백여 통이 놓여져 있었다.

“항아리에 있는 장부터 구경하세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고향(愛) 장만큼 천연 발효된 유기농 장은 없을 겁니다.”

장 대표가 육중한 항아리 뚜껑을 열고 흰 천막을 걷어내자 불그스레한 구릿빛 쌀 고추장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는 맨손으로 항아리 속으로 장을 한 주먹 쥐고 고추장의 상태를 보여줬다. 5년은 족히 넘어 보였는데 맛을 보니 맵거나 달지도 않은 ‘중용을 살린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쌀된장은 어떤가. 항아리 가득 장을 담아온 장 대표는 고향(愛)표 된장과 청국장의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어디 쌀 된장 뿐이겠는가. 고향(愛) 농장에는 안성의 쌀로 빚은 안성맞춤쌀 된장, 실크 된장이 있다. 모두 안성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유인 즉 안성시와 손잡은 고향(愛)는 안성의 쌀 재배 농가에서 키운 쌀을 원료로 장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愛)장은 안성 사람이 안성에서 난 농산물로 숙성시킨 그야말로 안성의 작품인 것이다.

고향(愛)는 장을 담글 때 물엿을 넣지 않는다. 대신 남편 정일영씨가 키우는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을 만든다. 누에와 해초 마늘 등이 들어간 실크 된장도 일품이다.

단백질 함유량이 매우 높아 산모와 수험생 등 회복기 환자들에게 특효다. 장 대표는 특허청에 특허를 준비 중에 있다. 이들 모두 안성에서 나는 천연 농산물인 셈이다.

고추장은 또 어떤가. 항아리 속 고추장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방부제 섞인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빛깔은 물론이고 고추장 속 입자와 응집도 역시 작고 부드러워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렸다.

장을 이용한 장 대표의 상상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검을 콩을 이용해 된장도 만들었고 직접 수확한 배를 물 엿 대신 넣어 만든 배즙고추장도 항아리에 숙성되고 있었다.

장 대표가 지난 1976년 남편과 결혼해 처음 안성시 공도읍 원승두리 마을에 시집살이를 시작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32대째 이어온 종가집 며느리로서 살아온 장 대표지만 9년 전 치매로 유명을 달리하신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까움이 사무친다.

무엇보다 현재의 자신이 장 분야에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시어머니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리라. 처음 원승두리 마을에 시집 온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종가집 며느리로서 성품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 음식 또한 손수 만들기 위해 부엌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당시 한복을 입은 채로 메주를 담그고 장을 담그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무작정 따라야 했다. 그래서 시작했던 장담그기가 이제 여생동안 해야 할 의무 아닌 의무가 되어 버렸다.

원래 장 대표는 자신이 담근 장을 상업적인 용도로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맛의 진가를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통일된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게 어느 정도의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 본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을 담그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자연이 주는 생산물로 자본주의적 가치체계를 적용해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장 대표는 본질에 충실한 농업인이다. 그는 일부러 대형마트의 수매 요청도 거절한다. 자신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장관련 제품을 수매할테니 매일 일정량을 공급해 달라는 것이다. 그 만큼 고향(愛) 장 제품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남들은 장 대표에게 바보가 아니냐고 손가락질 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 대표는 확신한다. 장에 값을 매기는 그 순간부터 본래의 순수한 성격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장을 사람들에게 팔면서 이익을 보겠다고 했다면 결코 오늘날 이 만큼 고향(愛) 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愛) 브랜드의 장으로 사람들이 건강과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장을 팔아서 애초부터 부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장애인복지관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언제든 요청만 온다면 장을 무료로 무한대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장 대표는 언론의 관심에 대해서도 솔직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언론에 나오면 고향(愛) 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한편으로는 행복한 고민이지만 점점 바빠지고 여유가 없는 삶에 가끔 지칠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장 대표는 어찌보면 행복한 여성농업인 CEO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 중 하나가 후계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다. 장 대표는 그런 면에서 이미 이런 고민을 끝냈다.

바로 둘째 아들 정용린(31)씨의 아내 김유민(26)씨가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벌써부터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과 각 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시어머니인 장 대표 대신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른바 후계자 수업이다. 장 대표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마음이 푸근하다. 지치고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장을 무료로 제공해 주면서 자신이 스스로 부자라고 느낀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대를 이어 종가집 며느리로서 고향(愛) 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역사를 쓸 수 있다는 희망의 불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장 대표는 “며느리인 유민이를 통해 요즘 장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이유와 재미를 느낀다”며 “앞으로 고향(愛) 의 전통을 이어가는 가교다리로서 유민이가 고향(愛) 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愛)의 향후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더니 장 대표는 대뜸 초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고향(愛)의 계획이라는 것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외부에 비춰질 수 있다며 답변에 신중한 모습이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장담그기 기술을 대가 조차 바라지 않고 여생 동안 전파할 계획이다.

“고향(愛)를 찾는 분들의 직업과 성향, 가치관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고향(愛)를 통해 모두가 장맛을 보고 나면 하나가 됩니다. 장에는 이상하게도 무엇인가 결집하는 힘이 있어요. 경기도와 안성, 모든 시민들을 위해 건강과 행복을 챙기는 장전도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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